윤승주 일병 폭행치사 사건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문득 모택동이 창설한 중국인민군을 생각했다. 1936년에 모택동은 ‘3대기율 8항주의’(세 가지 기율을 준수하고 여덟 가지 일을 주의해야 한다)라는 군율을 내놓았는데 그 중의 한 가지에 바로 ‘상급자가 함부로 하급자를 때리거나 욕해서는 안 된다’가 있다. 만약 기율을 어기고 하급자를 괴롭히는 상급자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거나 파직시키기도 했다.
매 대신 모택동이 내놓은 방법은 ‘설복교육’(착오를 느끼게끔 말로써 설복하고 교육한다) 과 ‘비평화자아비평’(남의 잘못을 비평해주고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비평한다)이었다. 군의 단결을 해치는 폭력을 엄단해 전투력이 증강된 데다 절대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해 인민의 마음을 얻은 모택동군은 끝내 부패한 장개석군을 몰아내고 대륙을 평정했다. 중국군에는 지금도 이 전통이 연면히 이어지고 있고 ‘3대기율 8항주의’가 노래로 불려지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민폐를 끼치지 않은 군에 대한 인민들의 믿음은 오늘날에도 한결같은 듯하다. 군이 ‘민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말 속에는 분명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지 않는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을 터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국민은 군대에 보낸 자식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허구한 날 총기 난사와 같은 끔찍한 대형사건은 물론 가혹행위와 잇단 의문사 소식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또다시 국민을 충격과 비탄에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28사단에서 발생한 윤 일병 폭행치사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28사단 선임병들은 윤 일병이 죽을 때까지 때리고 또 때렸다. 선임병들은 윤 일병에게 치약 한 통을 통째로 먹이는가 하면 군기를 잡는다며 윤 일병을 물고문하고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핥아 먹게 하는 등 끔찍한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토록 참혹한 짓을 할 수 있는지 한민구 국방장관의 표현대로 ‘21세기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혹자는 한국군 내에서 대물림 되는 폭력행위는 과거 일본군의 기율을 그대로 모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일제식민잔재를 청산하는 의미에서라도 더 더욱 극복할 필요가 있다.
군내에는 ‘그래도 군기를 잡기 위해서는 구타와 가혹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휘관들이 부지기수다. 지난 8월3일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신설됐지만 폭력으로 군기를 잡을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가진 지휘관들이 엄존하는 한 ‘죽음의 굿판’을 벌이는 엽기적인 병영문화 혁신은 신기루일 뿐이다.
평소 매 맞는 병사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해 보라. 오죽하면 병사들 간에 ‘우리의 주적은 (인민군이 아닌) 선임병’이라는 섬뜩한 농담 아닌 농담이 회자되고, ‘하루하루 사는 게 죽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럽고 괴롭다’는 그들에게서 유사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기대할 수는 없다.
윤 일병 사망 사건 보도 후 첫 의정부 보충대 입소식이 있던 날 한 어머니는 울먹이며 이렇게 말했다. “아들 낳은 것 난생 처음 후회하고 있다”고. 한 아버지는 “매주 면회를 가서 아들 몸에 멍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도 했다. 이렇듯 국민의 불신을 받는 한심한 군대가 최첨단 무기를 갖춘다고 일당백의 강한 군대가 될 수는 없다.
강군은 장병들이 국민의 절대적인 사랑과 신뢰 속에 피보다 더 진한 전우애로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우리 군의 오랜 악습인 수치스런 ‘때리는 문화’부터 발본해야 한다. 병사들이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나흘에 한 명꼴로 세상을 등지는 기막힌 현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