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달 13일부터 블럼앤포 갤러리
▶ 이우환·박서보 등 대표작가 6인의 작품 기획전, 미니멀리즘과 달리 자기수행적 추상 세계 조명
하종현의 단색화 ‘작품 77-1’(1977).
한국에서 자생된 독특한 미술사조 ‘단색화’를 조명하는 전시가 9월13일부터 11월8일까지 컬버 시티의 블럼앤포(Blum & Poe) 갤러리에서 열린다.
‘모든 측면에서: 추상의 단색화’(From All Sides: Tansaekhwa on Abstraction)란 제목의 이 전시는 단색화를 대표하는 6인의 작가 정상화, 하종현, 권영우, 이우환, 박서보, 윤형근의 작품 35점을 소개하는 기획전으로, 미국에서 한국의 단색화 전이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단색화’(Dansaekhwa 혹은 Tansaekhwa)는 70년대 이후 한국의 서양화가들 사이에서 커다란 물줄기를 이루며 한국 현대미술의 틀을 형성해 온 미술사조를 일컫는 고유명사다. 일체의 구상성을 배제한 순수한 단색의 추상화로서, 한때 ‘모노크롬 회화’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세계 미술사에서 한국 미술의 독자성이나 차별성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어로 용어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우리 고유의 미술양식이다.
단색화는 촉각적이고 구축적이며 자연친화적이고 자기수행적인 작업이란 점에서, 인위적이고 평면적이며 시각중심적인 서구의 미니멀리즘 혹은 일본의 모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서양 미니멀리즘이 70년대 사라진 것과는 달리 단색화는 현재까지도 젊은 작가들에게 이어지고 있으며 오히려 현대에 와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의 정신세계와 연결된 대단히 중요한 미술흐름으로 인정받고 있다.
단색화 작가들은 물감과 캔버스, 연필, 종이 등 다양한 재료와 매체에 변형을 가함으로써 수묵화와 유화, 회화과 조각, 오브제와 관람자 사이의 구분을 없애는 작업을 해왔다. 흰색, 미색, 검은색, 갈색과 같은 무채색으로 주로 표현된 단색화 작품들은 보는 사람의 시선을 끌면서도 차단했는데, 이는 독재정권 하의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고 해석된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는 미시간 대학의 미술사 교수인 조앤 기(Joan Kee) 교수로, 그는 지난해 단색화에 관한 영문서적 ‘콘템포러리 코리안 아트’(Contemporary Korean Art: Tansaekhwa and the Urgency of Method)를 출간, 아직까지 한국 화단에서도 그 용어가 생소한 단색화의 중요성을 국제 화단에 부각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한국과 아시안 현대미술 전문가이며 비평가로서 널리 알려진 그는 지난 수년간 깊이 있는 연구와 수많은 자료조사, 작품분석 및 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화단에서 단색화가 갖는 의미와 위치와 영향을 국제적으로 조명해 왔다.
블럼앤포는 이우환, 무라카미 다카시, 척 클로스, 캐롤 던햄, 샤론 록하트, 짐 쇼 등 국제적으로 주요한 현대 미술작가들을 소개하는 갤러리로, 창립 20년을 맞는 LA 본관에 이어 최근 뉴욕에도 갤러리를 오픈했고 다음 달 도쿄에도 새로운 공간을 열 계획이다.
오프닝 리셉션 13일 오후 6~8시. www.blumandpoe.com
2727 S. La Cienega Blvd. LA, CA 90034, (310)836-2062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