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여름밤 감미로운 해풍속에 몰아치는 비극
▶ 연극사에 가장 오래된 비극 ‘페르시아인들’, 게티빌라 야외극장서 9월29일까지 공연
시티 극단의 단원들이‘페르시아인들’의 극적 구성을 연습하고 있다.
게티 빌라의 야외극장 바바라 로렌스 플레슈만 디어터.
고대 그리스 비극의 창시자 아이스킬로스가 쓴 ‘페르시아인들’(Persians)은 인류의 연극사에서 가장 오래된 연극이다. 기원 전 472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실제로 일어났던 그리스와 페르시아 간의 살라미스 해전(BC 480년)을 배경으로 한 비극으로, 격전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을 들은 페르시아인들을 극화한 작품이다. 자신이 살라미스 해전에 참전했던 아이스킬로스는 이 작품에서 아테네의 승리를 찬양하는 한편 페르시안의 인간적인 아픔을 부각시킴으로써 전쟁이 가족과 공동체에 미치는 보편적인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의 연극이 태동되던 시대에 처음 만들어진 이 비극은 내용에서나 형식이나 대단히 신비한 작품으로 지금껏 연구되고 있으며, 역사적인 사건을 극화한 현존하는 유일한 그리스 비극으로 유명하다.
이 특별한 작품이 오는 9월 한달 동안 게티 빌라의 야외극장 바바라 로렌스 플레슈만 디어터(Barbara and Lawrence Fleischman Theater)에서 공연된다.
매년 가을 이 원형극장에서 그리스 고전 비극이나 희극을 공연하는 게티 빌라는 올해 제9회 프로덕션으로 ‘페르시아인들’을 선택, 뉴욕의 유명한 시티(SITI) 극단을 초청해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시티 극단은 2011년 바로 이 극장에서 에우리피데스의 ‘트로이 여인들’을 공연해 호평 받은 컴퍼니로, 이번 위촉작을 위해 지난봄부터 수차례 게티 빌라를 방문하고 리딩하면서 특별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연출은 앤 보가트(Anne Bogart)예술감독, 극본은 시인 아론 푸치지안(Aaron Poochigian)이 새롭게 번역했으며, 토니상을 수상한 대런 L. 웨스트(Darron L. West)가 음향 디자인을 맡는다. 출연진은 아톳사 여왕 역에 엘렌 로렌, 다리우스 왕 역에 스티븐 더프 웨버, 크세르크세스 역에 윌 본드, 그리고 6명으로 구성된 코러스가 나온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와 함께 3대 비극시인으로 꼽히는 아이스킬로스(BC 525~BC 456)는 90여편의 작품을 썼다고 하며 비극 경연대회에서 13회(1회에 4편 상연)나 우승했다고 전해지는데 지금껏 남아 있는 것은 학교 교재로 사용되었던 7편에 불과하다.
‘페르시아인들’은 운율과 구성, 형식면에서 실험단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의 흐름은 페르시아 왕궁에 중대사건이 보고되고, 그 보고의 서사성에 극적 긴박감이 조성되면서 다리우스 왕의 망령이 출현하여 패배의 슬픔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비극이 태동되던 초기에는 합창대의 연기 부분이 많았고, 코러스와 배우 1인과의 문답으로 극적 드라마를 구성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아이스킬로스는 배우의 수를 1명에서 2명으로 늘렸고, 장식회화와 도구를 무대장치로 사용하였으며 가면·가발·신 등을 창안하는 등의 대담한 실험을 통해 비극을 장대하고 화려한 무대적 연극으로 완성시킨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게티 빌라가 2006년부터 매년 9월 마련해 온 이 무대에서는 그동안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아리스토파네스의 ‘평화’,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과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에우리피데스의 ‘히폴리토스’와 ‘트로이의 여인들’ ‘헬렌’이 공연됐다.
‘페르시아인들’은 9월4일부터 27일까지 매주 목·금·토요일 오후 8시 공연된다.
티켓 36~45달러. www.getty.edu, (310)440-7300
Getty Villa 17985 Pacific Coast Hwy. Pacific Palisades, CA 90272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