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문화 물결… 예술 변화상

2014-07-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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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크마 ‘조선미술대전’ - 주제별 작품 ④ <끝> 근대 조선

▶ 순종의 초상화-사진 등 마지막 왕조의 생활상

신문화 물결… 예술 변화상

근대 조선을 보여주는 마지막 전시실. 서양문물의 영향을 받은 그릇, 의복, 사진 등이 전시돼 있다.

신문화 물결… 예술 변화상

김정호의 대동여지도(1861)의 일부.

‘왕과 궁궐’을 시작으로‘조선사회’‘조상제사와 유교문화’‘조선의 불교’를 거쳐 온 조선미술대전은 마지막으로 서구문물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근대 조선의 문화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버지니아 문 라크마 한국미술 큐레이터는 “조선 말기를 보여주는 전시는 처음”이라며 “유교문화의 조선 왕조와 사회가 근대화의 물결 속에 완전히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특별히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단지 조선시대의 미술품을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아니라 “한국의 마지막 왕조와 현대의 우리를 연결시킴으로써 한국의 뿌리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라는 설명이다.

조선 왕실은 19세기 후반까지 엄격하게 쇄국정책을 고수했으나 중국과의 외교 접촉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서양의 문물과 사상이 간접적으로 스며들었고 외부 세계로의 개방이 시작되었다. 1876년부터 조선 정권은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정을 비준하기 시작, 많은 외국인들(대부분 외교관과 개신교 선교사들)이 한반도를 찾기 시작했고, 시카고 세계박람회 참가(1882년) 등 세계박람회를 통해 국제적으로 조선을 알리려 하였다. 1897년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은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하고 황제(재위 1897~1907년)로 등극했으나 얼마 못가 1910년 일본의 한국 식민통치와 함께 전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은 모두가 아는 조선 역사의 마지막 페이지다.


그렇게 518년 이어진 왕조는 종말을 고했지만 조선의 문화적, 사회적 유산은 오늘까지 한국인의 삶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전시실에는 조선 왕조의 말기와 근대의 시작이 겹치는 시기에 도입된 사진술, 도예, 금속, 새로운 의상 디자인 등 신문화의 영향으로 제작된 미술품들을 볼 수 있다.

회화로는 안중식의 ‘백악춘효’(1915)와 19세기 민화병풍 ‘책거리’가 있고, 순종과 이우(고종의 손자, 의친왕의 차남)의 초상화와 사진을 통해 초상화가 사진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두 사람의 모습은 당시 조선에 처음 들어온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함께 김은호가 그린 초상화가 함께 걸려 있는데, 사진보다 정교한 조선 회화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아주 세밀하여 사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초상화에는 사진으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인품과 정령이 서려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이 무렵부터 왕실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서양식 디너세트도 있는데 조선에서 모방하여 만든 것과 함께 일본산(노리다케), 프랑스산(필리뷔·Pillivuyt) 식기 세트가 전시돼 있다. 이화문쟁반, 은제 주전자와 은잔과 받침, 은제 분합, 박기준이 입었던 서양식 대례복, 유리등갓 등 완연하게 달라진 조선 말엽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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