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게티 센터 ‘제임스 엔소어의 충격적인 미술’ 특별전 / LA 첫 대형기획전 9월7일까지,
▶ 당대엔 기이한 이단아, 현대선 문제적 천재화가, ‘음모’ 등 100여 작품 선봬
제임스 엔소어의 작품 ‘음모’(1911).
‘그리스도의 브뤼셀 입성’(1889).
19세기 벨기에의 표현주의 화가 제임스 엔소어(1860~1949) 특별전이 게티센터에서 오는 9월7일까지 열리고 있다. ‘제임스 엔소어의 충격적인 미술’(The Scandalous Art of James Ensor)이란 제목의 이 전시회는 세계 화단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기이한 문제작가의 한 사람, 엔소어의 작품들을 100여점이나 보여준다(한국서는 엔소르 혹은 앙소르라고 발음). 60점을 앤트워프의 왕립미술관에서 대여했고, 나머지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와 라크마, 게티가 가진 소장품들을 모은 것이다. 제임스 엔소어의 대형 기획전이 LA에서 열리기는 처음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빅쇼다. 엔소어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히 발표 당시부터 문제작으로 회자되어온 ‘성 안토니우스의 유혹’(Temptation of Saint Anthony)과‘1889년 그리스도의 브뤼셀 입성’(Christ’s Entry into Brussels in 1889), ‘음모’(The Intrigue) 등이 다 걸려 있고, 초기작들부터 찬찬히 변화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아주 알짜배기 전시라 하겠다.
표현주의란 강렬한 색채와 기괴한 형상으로 작가 개인의 내면적이며 주관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인상주의와 후기인상파를 대립하여 튀어나온 19세기 미술사조로서 잘 알려진 화가 이름으로는 에드바르트 뭉크, 에곤 쉴레, 오스카 코코슈카, 에밀 놀데, 프란츠 마르크 등이 있다.
그런데 엔소어의 그림은 표현주의 작가 중에서도 아주 기괴하고 풍자적이며 그로테스크하고 독특해서, 당대 화단에서도 이단아 취급을 받았고 현대에 와서는 미술사의 어떤 자리에도 포함시키기 어려운 천재 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소어의 그림에는 아름답고 서정적인 이미지는 전혀 없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흉측한 가면과 지저분한 해골, 우스꽝스런 커리커처 등 위선과 죽음의 형상들이 화면 곳곳을 채우고 있다. 이것은 당시의 불안정한 사회 상황과 화가 자신의 고독하고 냉소적인 심정을 묘사한 것으로, 대표적으로 ‘그리스도의 브뤼셀 입성’이라는 작품이 유명하다.
예수님이 나귀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모습이 모티프인 이 대작에서 엔소어는 불경하게도 그리스도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긴 머리와 턱수염을 가진 자신의 모습으로 그려 넣음으로써 사회적으로 이해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자의 고통을 표현했다.
그런데 원근법을 과장한 이 그림에서 예수의 모습은 뒤쪽에 아주 작게 그려진 반면 가면을 쓴 비인간적인 군중들의 모습을 훨씬 더 가깝고 크게 묘사함으로써 인간들의 헛된 욕망과 위선과 허세를 고발하고 있다. 예수의 입성을 이용해 인간의 세속적 욕망과 이익을 챙기려는 정치구호들, 연단 위에 선 브뤼셀 시장이 아첨꾼들과 함께 광대 같은 모습으로 관전하는 모습은 무대를 현대로 바꿔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불멸의 작품이다.
‘교수형된 사람의 시체를 얻으려고 싸우는 해골들’ ‘슬픈 남자’ ‘빨간 우산을 든 여인’ ‘굴 먹는 사람’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 ‘해골 화가’ ‘성당’ ‘소문난 가면들’을 비롯해 여러 자화상들과 다양한 판화들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시카고로 옮겨가 11월 말부터 내년 1월 말까지 전시된다.
게티센터는 입장료 무료이며 월요일 휴관한다.
(310)440-7300, www.getty.edu/ensor 1200 Getty Center Dr. LA, CA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