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줄리 강 ㅣ 명문대 학생

2014-07-03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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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들은 나를 소개할 때 우리 학교 이름을 꼬리표처럼 붙인다. 그에 따른 사람들의 반응은 꽤나 놀랍다. 나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사람도 내가 UC 버클리에 재학 중이라는 말에 금방 나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UC 버클리보다 뛰어난 대학들이 많이 있지만 명문대라고 꼽히는 대학 중 하나를 다닌다는 말에 차가운 사람들도 나를 미소로 반겼다. 참으로 웃긴 현상이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러한 때가 있었다.

고등학생 당시 명문대에 다닌다는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 환상에 젖고, 그들이 정말 대단해 보일 때가 있었다. 그들이 쓰던 펜을 달라고 조른 적도 있었고, 어떻게 하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지 묻고 또 물었다. 봉사활동은 어떤 것을 했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학교 클럽은 몇 개를 했는지 등 끝없이 궁금했다. 그들과 같은 길을 따라가려 애썼고, 노력했다.


그 결과 나는 내가 원하던 대학에 붙었고, 온 세상을 얻은 것만큼의 기쁨도 마음껏 누렸다. 그 후 이제는 반대로 나에게 대학에 관련된 질문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나에게 각종 버클리 문구가 쓰여 있는 제품들을 부적같이 사 달라 하는 동생들을 비롯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받기 시작했다.

이러한 친구들이 나에게 질문을 하고 내가 쓰고 있던 펜을 가져갈 때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내가 언니 오빠를 바라보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동생들의 눈빛이 귀엽기도 하고, 이젠 내가 그 자리에 오른 것 같은 뿌듯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그들이 안쓰럽기도 했다. 좋은 결과를 위해 과정에 귀 기울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과거의 내 모습 같았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좀 더 재밌고 빠르게 찾았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앞만 보며, 막상 내가 원하던 대학에 진학했을 땐 공허함과 막연함까지도 밀려왔다. 물론 대학시절이 자기 자신을 더 알아가는 때이기도 하지만, 대학에 올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말을 누군가 나에게 해줬다면 그 공허함을 덜 느끼지 않았을까...

그래도 이 계기를 통해 앞으로는 바로 앞의 목표보다는 그 목표를 이룬 후까지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멀리 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마음속 공허함도 줄어들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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