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줄리 강 ㅣ 자취생

2014-06-26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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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을 맞이해 나는 집에 내려갔다 왔다. 방학 전까지 항상 기말고사 공부에 녹초가 되어 돌아가기 때문에 푸근한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는 건 항상 날 설레게 만든다. 멀리 떨어져 자취할 때 그리웠던 집밥도 좋았고, TV를 보면서 엄마 다리를 베개 삼아 누워있던 것도 나를 행복하게 했다.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항상 행복한 기분만 드는 것은 아니다. 나와 오빠를 위해 전진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은 내 모습에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때마다 부모님의 노력이 헛되는 일은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도서관 가서 공부에 집중 못 했을 때, 주말에 친구들과 노래방을 다녀왔을 때 등 부모님께 죄송한 일들이 주마등처럼 내 머리를 스쳐간다. 그 마음을 안고 이번 여름은 여름학기를 들으러 다른 이들보다 일찍 학교로 올라왔다.

자취하는 아파트에 다시 돌아올 때마다 여러 기분과 생각이 든다. 일 년 내내 막상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친근하기도 하지만 가족이 있는 집처럼 푸근하진 않다. 집에서보다 큰 침대가 있지만 편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아무거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할 일이 없다. 엄마랑 침대에 뒹굴면서 수다도 떨 수 없고, 아빠랑 치맥(치킨과 맥주)을 하면서 진득한 대화도 나눌 수 없다. 집에서 항상 혼자 있으면서 심심하다 칭얼댔지만 가족들이 집에 도착할 때마다 반가웠던 마음이 섭섭함을 밀어내곤 했다. 물론 같이 자취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다르다. 자취하는 아파트가 친한 친구들로 북적이고 대화의 수도 더 많아졌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도 우울하기도 하면서 별생각이 없어지기도 한다. 물론 일주일도 안돼서 또 바로 적응을 하고 수업 듣느라 정신이 없을 테지만 적응할 때까지 드는 쓸쓸함은 말로 이룰 수 없다. 분명 밥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외로울 것이다. 옆에 없는 가족들이 생각날 때마다 무기력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기에 오늘도 바삐 움직이기로 했다. 벌써 다시 학교로 온 후 처음 갖는 혼자만의 식사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바삐 타자기 위에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고, 내 옆에는 라면 물이 정신없이 끓고 있다… 지금 난 엄마가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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