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해선 칼럼] 살면서

2014-06-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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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촌에는 통계학을 믿지 않는 분이 한 분 있다. 믿지 않는 다기 보다 그분은 통계학 자체를 무시한다. 도대체가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자면, 그분의 논리로는, 몇 백 명을 조사해서 어떻게 몇 만 명, 몇 십만 명의 의견을 알아낼 수 있느냐가 그의 주장이다.

글쎄요.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억지 같기도 하고.


그는 말한다. 최근 낙마한 버지니아 주 Eric Cantor 의원만 보더라도 자기의 주장이 맞는다는 거다. 즉, 예비선거전에 Cantor 의원의 선거 전략팀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Cantor 의원의 승리는 35% 이상 차이로 장담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거다. 때문에 Cantor 의원은 느긋하게 전국의 다른 동료 공화당 후보자들 선거를 돕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날벼락을 맞은 거다.

글쎄요.

메뚜기 촌에 겨우 살면서 통계학에 통달한 실력도 아닌 판국에, 우겨대는 상대방 이 양반은 공부도 할 만큼 했고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쉽사리 누구의 말을 듣고 머리 끄떡일 것 아닐 테니 통계학은 그냥 ‘학’ 으로 그치는 게 막걸리맛 버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이 양반 나름대로 자신의 통계 ‘학설’ 이 있다. 막걸리 잔이 깊어 가면 이 양반 삶은 무척 부유해진다. 즉 얼마 안있어 자신은 엄청난 부자가 된다는 거다. 그때가 되면 여기 메뚜기촌 선상에 커다란 복합 건물을 짓겠다는 거다. 그래서 여기저기 흩어져 쪽방 살이 하고 있는 각 한인 단체들에게 무료로 사무실을 쓰게 한다는 거다. 글쎄요.

그가 말하는 ‘부’ 는 복권에서 온다. 즉 그의 통계학설에 의하면 그가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은 50% 라는 거다. 다시 말해서 그가 1달러를 주고 복권을 한 장 사면 그게 딱 맞아들어 가던가 아니면 뻥 이니까 확률은 그야말로 반/반 이라는 거다. 때문에 50%.

메뚜기촌 막걸리 집에서 자선사업 하겠다고 입에 거품을 내는 사람들은 대개 복권에서 돈이 생긴다는 전제하에 하는 말 이고, 복권이건 무어건 전제가 필요 없이 뭔가가 이미 있는 사람들은 대개 메뚜기 촌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몇 달러짜리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서 여름 성수기 서울행 무료 점보기를 띄우지 못한다고 UPS 트럭만 탓하는 삶도 메뚜기 촌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살다보니 45살이 되었다. 旧金山(SF) 한국일보가 45살이 되었다. 그 옛날 그때는 지사장을 포함하여 식구들 모두가 땜장이였다. 사건을 취재하여 기사로 쓰면, 이박사와 미스 김이 식자기로 글자 하나하나를 사진 찍는 거다. 그리고 그것을 현상하고 인화 하여 풀칠하고 오려 붙이다 보니 우리가 우리들 자신을 땜장이라 불렀다. 그래도 그 당시 땜장이들이 만드는 신문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친근감을 주었을 거다. 한국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신문사 전화는 불똥이 튄다. Good Old Days.

살다 보니 그런 날도 오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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