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주디 이 ㅣ 기브앤테이크

2014-06-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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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테이크. 사전적 의미로는 대등한 거래, 쌍방의 양보, 의견교환이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이 말의 사용이 조금 빗나가 우리의 대인 관계 속에서 꼭 지켜야 할 기본도리라도 된듯하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하고, 받았으면 주어야 한다. 얼핏 들으면 경우와 이치에 맞는 상큼한 말 같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말은 우리의 행복을 방해하는 속임수가 아닐까?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속에서 존재의 가치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기브앤테이크를 바탕으로 한 교제 속에는 신뢰와 사랑이 보이지 않고 어쩐지 비즈니스의 냄새만 있다. 마음이 촉촉해지는 기쁨이 없을 것 같다. 어김없이 주는 것만큼 받을 수 있고, 받은 것만큼 줄 수 있다면, 미안함도 비굴함도 섭섭한 마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내어줄 수 있는 마음의 크기도, 가진 물질의 크기도 서로 다르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하다.” 이 말은 누구나 경험으로 동의하리라.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계산이 빠르다. 누가 밥 한번, 차 한잔 하자고 하면 반가우면서도 그다음은 내가 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심하면 피하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는 베푸는 일에 인색할 수도 있으나, 다른 사람의 베풂을 그대로 감사하며 받는 일에도 편안하지 않다. 그래서 받았으면 어떻게든 빨리 갚아야 잠이 온다. 기브앤테이크가 이렇게 적용되면 사랑의 교제는 이루어질 수 없지 않을까? 받은 자리에 꼭 되 심지 않아도, 이쪽에서 받은 은혜 저쪽을 향해 갚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주고받는 것이 금방 보이는 눈에는 공평해 보이지 않을지 모르나, 종래에는 더 나은 아름다운 평형을 이루리라 믿는다. 만일 나의 기억력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면, 누구에게든 베푼 일은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내게 베풀면 부담 없이 감사하며 받는 연습도 하고 싶다. 아무리 세상이 각박해 보여도 우리 주위에는 보상을 기대하지 않고 베푸는 사람이 더 많기에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하다. 우리 가운데 주고받는 사랑의 교제가 삐뚜로 자리 잡기 전 “기쁨으로 주고, 감사함으로 받자.” 이렇게 자리매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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