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기억은 안나지만 꽤 어렸을때부터 내가 학교를 다니는이유는 단순히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것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사립고등학교 입시 준비를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턴 나와 같은 학년의 아이들은 더 이상 친구들이 아닌 내가 이겨야만 하는 경쟁자들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경쟁은 더 심해졌다. 고등학교 4년 내내 내가 했던 공부, 참여했던 클럽 활동, 학원에서 풀어본 문제들 그리고 테니스코트에서 연습했던 시간들 모두 단순히‘ 좋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4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나와 같은 학년인 친구들은 모두 내가 이겨야 하는 상대들이었고, 오로지 나를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닌 남들보다 뛰어나야하기 때문에 하는 공부는 그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당시의 나는 왜‘ 좋은 대학교’에 가고 싶었을까? 내가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수학 수업 때문에 매일밤울고, 대학 원서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고등학교 시니어 때, 나는 대학 입학이 정말 간절했다. 부모님의압박으로 시작됐던 대학입시준비는 어느덧 그 당시 내 삶의 모든 것이었다. 아마도 나는 성적이 뛰어나지 못하다는이유로 무시당하기 싫었고, 다른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학문자체에 대한 열정은 없었다.
대학입시를 앞둔 여러 고등학생들과 같이, 내가 공부한 이유는 ‘대학 입학’ 그뿐이었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 대학 입학 소식을 들었을 때 안도감과 ‘이젠 해방이다’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대학입학을 앞둔 여름, 나는 왠지모르는 허탈감과 무료함에 대학을 왜 가야 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대학은 더 깊은 학문적 지식과 그로 인한 지적 성장을 위한 곳인데, 나에겐 대학은 또 다른 출발점이 아닌도착장소였던 것이다. 대학교는 고등학교 4년동안의 준비과정의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꽤오랜 시간과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지금,나는 또 다시 내가 이곳에 온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졸업이다가오는 3학년부터 학우들과의 대화의 대부분은 졸업 후계획 이야기다. 또다시 현재이 학교에서의 생활을 위한삶이 아닌 그후 미래를 위한날들이 시작된 기분이다. 내가 몸 담은 이 학문의 장에서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남은학교 생활을 보내기엔 졸업후의 삶이 너무나 불투명하고두렵다. 나를 포함한 내 친구들은 취업을 위해 좋은 성적을 받으려 공부를 하고, 남는시간에는 흔히 말하는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쉽 자리를찾는다. 결국 대학교도 고등학교와는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끝없는 입시들 속에서 미래가 아닌 지금현재를 위한 삶은 가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