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는 관세 얻었지만…미 소비자들엔 가격 인상 청구서

2025-07-29 (화) 08:20:10
크게 작게

▶ P&G, 가격 인상 예고…소비재 기업들 고전

주요 교역국과의 잇단 무역 협상 타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얻는 가운데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 청구서를 받아 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9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잇단 무역 합의 속에서 기업들이 트럼프 관세에 어떻게 대처할 의향인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이는 바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형 소매업체들과 소비재 제조업체들은 올봄 내내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경영을 압박해 수익 감소나 소비자 가격 인상 사이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는데 이런 경고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키친타월부터 세탁제까지 다양한 가정용품을 만드는 프록터앤드갬블(P&G)은 이날 미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주부터 인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관세로 인한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제품의 25% 정도에 대해 한 자릿수 중반대 정도의 가격 인상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순매출 성장 전망치도 시장 예상치보다 낮은 1∼5%로 제시했다.

이런 기류는 빅테크 주식을 중심으로 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로이터는 많은 소비재 기업이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방의 날'이라며 막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4월 2일 이후 P&G의 주가는 19% 하락했고, 식음료 업체 네슬레는 20%, 킴벌리클라크는 11%, 펩시코는 7% 각각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13% 이상 상승한 것과는 딴판이다.

네슬레는 최근 북미 소비자들이 상점 계산대에서 더 많이 지불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글래스 브랜드 레이밴과 스위스 시계·보석업체 스와치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스와치의 닉 하이예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관세 발표 뒤 가격을 약 5% 올렸지만 매출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더 큰 가격 인상은 돈을 아끼려는 소비자와 트럼프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높은 비용이라는 복합적 도전을 대형 브랜드들이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대한 투자자의 우려를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교육 펠로 빌 조지는 "월마트와 아마존, 베스트바이 같은 회사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으로 (관세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가 집계하는 글로벌 관세 트래커에 포함된 기업들은 올해 71억∼83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관세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관세 인상에 대비해 미리 확보해 뒀던 재고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은 이런 사재기가 가격 인상을 지연시켰고 덕분에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상으로 아직 관세의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국제상공회의소의 앤드루 윌슨 사무차장은 기업들 재고가 바닥나면 인플레이션이 체감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그 시점은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