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신수진 l 말과 언어구사
2014-03-07 (금) 12:00:00
난 어렸을 적에도, 지금도 말을 빨리 잘하지 못하는 사람 중의 한사람이다. 책읽는 속도도 느린 편이다. 게다가 언어에 대한 순발력과 이해력도 남들보다 떨어지는 편에 속한 것 같다. 한국말 농담 중 ‘형광등’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내가 바로 그 과에 속한다.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쩜 말을 빨리 잘하고 재미있게 재잘재잘거리는지… 농담할 때도 실타래 풀듯 술술술…막힘없이, 재치있게, 익살스럽게 말 잘하는 사람이 신기하고 부러울 때가 많다. 특히 미국에서 25년동안 이민생활을 하면서 한국말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더디고 더듬거릴 때가 잦아질 때면 더욱 그렇다.
언젠가 친구와 운전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던 중, 친구한테 한방 맞았다. “아이고 말 좀 빨리해… 답답해 죽겠어…”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고, 속도 상했고 창피함도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난 말 표현이 빠르지 못한 것을 Defend(대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야, 내가 말을 빨리 잘하지 못해서 미안해. 나도 말을 빨리 하고 싶은데…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 게다가 영어권인 사람들과 많이 접하다 보니까 알았던 한국말 단어도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리고 난 내가 표현하고 싶은 말을 빨리 함부로 내뱉고 싶지 않아. 이왕이면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상대편이 들어서 기분좋은 말을 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어떤 단어가 적절할까… 어떤 표현이 더 좋을까를 생각하면서 말을 하다보니 남들보다 한 템포 느릴 거야… 말 한마디 잘못해서 남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실언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비록 내 말의 속도가 느릴지언정 난, 현재 내 방식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라고, 그날 하루를 모면했다.
말(언어)이란 것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때로는 어렵다. 한번 내뱉으면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 말이다. 또 잘못 전달된 말로 인해 상대편을 평생 가슴 아프게 하는 ‘비수/독’이 될 수도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라는 속담을 기억해서,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지혜롭지 않을까 싶다. 오늘도, 내일도 들어서 기분좋고, 내 맘이나 남의 맘이나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매직(magic)의 말’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