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박수잔 ㅣ 사람들 사이에는 계급이 있다
2014-02-25 (화) 12:00:00
몇해 전 뒤뜰의 잔디밭을 걷어내고 그곳에 당뇨에 좋다는 돼지감자, 돗나물, 미나리, 엉겅퀴 등을 심었다. 당뇨에 즉효라는 말에 무턱대고 땅에 심었지만 3개월이 지나자 하늘높이 마냥 올라가는 돼지감자 줄기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렇게 높게 자라는 1년생 화초는 처음 보았다. 해바라기보다 더 크게 쭉쭉 올라가며 국화 같은 노란색꽃도 피었다. 얼마전 건물크기만한 줄기를 잡아당겨 뿌리를 뽑았다. 돼지감자들이 주렁주렁 땅속에서 뽑혀 나왔다. 수확의 기쁨은 참으로 신선하고 경이로웠다. 그저 땅에 묻고 물주고 거름준 것이 고작인데 자연은 우리에게 놀라운 수확을 허락했다. 돼지감자와 잎, 줄기를 햇볕에 잘 말려 1년 내내 차를 끓여 마시고 있다. 이사를 가야 해서 엉겅퀴와 돗나물, 미나리들을 화분으로 옮기고 원상복귀를 위해 잔디씨를 가득 심었다.
매일 잔디가 빨리 나오라고 물주고, 씨앗을 탐내는 새들을 쫓느라 분주했다. 새벽녘 뒷마당 가득 파릇하게 나오는 잔디 속 씀박이, 민들레 등을 분주히 뽑았다. 불과 2주전 나물로 먹기 위해 귀히 여기고 키우던 씀박이, 민들레였는데 이젠 잔디를 위해 잡초라고 모두 뽑고 있으려니 미묘함이 교차했다. 어떤 환경에 속해 있는지가 나를 잡초로도, 귀한 나물로도 결정짓는구나 싶었다. 사람들 사이에는 계급이 있다. 계급은 사회가 정하는 물질, 직위로도 구분되나 보이지 않는 인품의 계급도 있다. 가는 곳마다 환경을 개선. 발전, 정화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항상 자신만을 위해 문제를 만들고 정당화하는 이들도 있다.
또 그저 구경꾼으로서 방관하거나 의견없이 분위기에 따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물로 귀하게 여겨지는 사람은 항상 열심이고 희망을 품게 만든다. 귀한 삶은 집념과 인내가 필요한 어려운 길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득만을 구하고 이를 합리화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너무도 쉽게 잡초 같은 모습으로 소리높여 전체의 조화를 깨는 모습을 우리는 쉽게 본다. 나의 존재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내가 긍정적인지, 그리고 발전적인 희망을 가지고 있는지, 나물이 되고자 한번 더 생각하고 숨고르며 나만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정화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 애를 쓴다면 진정 우리는 풍성한 나물밭 속에서 서로 격려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