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 시각 2030] 앤드류 박 ㅣ 무한불성(無汗不成)

2014-02-2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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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과 20일 오전. 미국에서도, 서울에서도 한국인들은손을 놓고 한 곳에 집중했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은반 위의 여왕’ 김연아선수의 생애 마지막 무대가 펼쳐지고 있었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금메달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과 피겨스케이트를 사랑하는 전 세계 팬들의 기대까지, 그녀의 가냘픈 어깨에 짊어진 짐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김연아 선수의 연기가 시작되고, 고난도의 테크닉이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있는연기로 승화되었다. 스포츠 경기라고만은 할 수 없는 아름다운 한편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했다. 피땀 흘려가며 악착같이노력했을 그녀의 지난 시간이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뜨거워졌다.

‘ 무한불성(無汗不成)’ 이란말이 있다. 땀 흘리지 않고는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는 뜻이다.‘ 시간의 예술’이라는 점에서음악은 스포츠와 많이 닮았다.


수많은 시간동안 같은 동작 하나를 몸에 완벽하게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스포츠 선수들처럼, 음악인들도 같은 곡, 같은 마디를 수백 수천 번씩 반복하며연습한다.

조금 더 감동적인 무대, 조금더 아름다운 선율을 위해서다.

하지만 공연이든 콩쿠르 무대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긴장감이 밀려와 제 실력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다. 음악도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흔히 음악 경연대회를 ‘콩쿠르’라 하는데, 그 어원은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콘’은 ‘함께’‘ 쿠르세’는‘ 뛴다’라는 뜻으로 ‘콘쿠르’는 본래 스포츠 경기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것이예술에 전용되어 음악뿐 아니라 미술, 무용 등 각 예술분야의 경연대회를 가리키는 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스포츠가 됐든 예술분야가됐든‘ 콘쿠르’라는 단어는 결국‘땀’의 의미를 중시하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야 좋은 결과를얻을 수 있다는 것,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 역시 굳게믿고 있다.

최근 몇 개의 콩쿠르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그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하루에 8-9시간 동안 참가자들의 연주를 듣고 심사평을 쓰곤 했다. 그때마다 땀흘려 열심히 연습한 참가자들을 보게 되고, 그들의 노력에 상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어리지만 신중한 자세로 연주하는 그들을 볼 때면음악에 대한 열정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연주가 조금 서툴러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나는 박수를 보낸다.

국제 콩쿠르나 올림픽 같은경기는 유능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각 나라를 대표해서 서로경쟁하여서 우열을 가리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자녀들이 도전하는 로컬 콩쿠르나 스포츠 게임은 도전과 성취감에목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노력’과 ‘땀’에 대해 배울 수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피겨 스케이팅의 쇼트 프로그램은 2분 50초, 프리 스케이팅은 4분 10초다. 이 몇 분의 무대를 위해 그녀들은 얼음판 위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을까? 넘어지고 다치고 부상을이겨낸 뒤 다시 무대 위에 올라사람들의 시선을 견뎌내며 점프를 하고 스핀을 선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에 따른 결과를겸허히 받아들인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 경기를치른 김연아 선수에서부터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땀 흘리는 모든 사람들에게오늘,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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