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한경미 l 아버지
2014-01-27 (월) 12:00:00
“쯧쯧, 세상에서 아버지가 제일 불쌍해.”“왜요?”지난번 엔진 오일을 바꾸러 갔을 때였다. 텔레비전에서 이민자 아버지의 힘든 것을 소재로 하는 상품 광고가 나오자, 주인 아저씨는 기름 묻은 손을 멈추고 하소연을 시작하셨다.
“사십년 전, 처음 미국땅에 왔을 때 말이야, 말이 통하지 않아 애먹었었어. 그때는 아침 저녁으로 영어공부에 매달렸지. 일 가기 전과 갔다 와서 한 시간씩 영어공부 하고, 차에서는 계속 영어 테이프를 틀고 다니고. 식구들 먹여 살리려면 돈을 벌어야 하잖아. 말이 통해야 직장을 잡지.”그렇게 배운 영어로 자동차 수리점을 열고 식구들 먹여 살리고, 애들 공부시키고 여기까지 왔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 “이렇게 애써서 키워도 자식들은 아버지보다 엄마를 더 좋아해, 지들한테는 엄마가 더 쓸모가 있으니까. 솔직히 아버지들은 대접해야 하고 챙겨줘야 하고 얼마나 귀찮겠어?” 하시면서 씁쓸해 하셨다. 맞는 말이다. 우리는 당장 나에게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의 아버지들을 쓸쓸히 하소연만 늘어놓게 만든 것 같다. 처음 미국 땅을 밟을 때의 낯설음과 두려움을 돌이켜보자. 그리고 이런 낯선 땅에서 짧은 영어로 식구들 먹여 살리기 위해 애쓰는 아버지의 수고를 생각해 보자.
그 삶의 무게를 누가 감히 짐작하겠는가? 그 무게를 짊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키워놓았는데 찾아오는 것은 자식들의 차별 아닌 차별이 있으니. 우리들의 아버지를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게 만들지는 말아야겠다. 이제는 더이상 아버지께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손자 손녀를 어머니처럼 자상하게 못 돌보아준다고 아버지의 사랑과 수고를 잊어버려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집의 강아지는 밥 주는 사람인 나를 제일 좋아한다. 그 밥을 살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남편인 줄은 모른 채.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을 동지섣달 꽃본 듯이 달려가 반기자.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씻겨 나가도록 따뜻한 밥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