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한경미 l 소중한 내 인생
2014-01-20 (월) 12:00:00
며칠 전 어르신 몇 분과 점심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모두 70세를 바라보거나 훨씬 넘기셨음에도 불구하고 하시는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계셨다. 그래서 그런지 젏은이 못지 않은 마음과 열정을 지니고 계셨고 그분들의 눈에서 반짝이는 총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중 한 분은 머리가 백발이셨지만 아직 사진 공부를 하고 계신다고 했다. 스탠포드에서 클래스를 듣고 있다고 하시면서 디지털 사진에서 느낄 수 없는 흑백 사진의 매력과 그 현상과정에 관해서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 속에서 아직도 넘쳐나는 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다른 한 분은 젊었을 때 전산과를 졸업했지만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계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림을 사는 사람이 많이 있냐고 묻자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어서 그런지 그림을 파는 것보다는 그저 그리는데만 열중한다고 하셨다. 그 분의 말씀 가운데에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황진이가 “청산리 벽계수야 ~ 일도창해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라고 읊은 것처럼, 한 번 흘러가면 되돌이킬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순간순간들이 정말 귀한 내 인생을 만들어 간다. 그런데 우울증을 앓다가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연예인들이 많다. 그 아까운 젊음이 우울증 때문에 스러지는 소식을 들으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리고 동시에 우울증이 무서운 병이구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요즘 갱년기를 치열하게 치르고 있는 나는 인생의 또 다른 단계로 옮겨가느라 힘에 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 가끔 지나온 시간을 다시 돌이켜볼 때가 많다. 그럴 때면 괜히 착찹한 심정이 되곤 한다. 3주만 지나면 어김없이 염색을 해 달라고 솟아올라오는 내 흰 머리카락. 눈가와 코 주변에 오글오글 생겨나는 주름살들… 변하여 가는 내 모습들 속에 빠져 있다보면 우울증이 내 바로 옆에 있음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흔히 하는 말 중에 오늘이 내 남은 삶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다. 이 작지만 소중한 진리를 간직하고 오늘 하루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자식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님을 명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