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윤원정 l 홀로서기
2014-01-15 (수) 12:00:00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가끔 주변 사람들과의 깊이 없는 대화들과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인위적인 관계들에 지칠 땐 나는 과연 사회적 동물이 맞는가 고민하기도 하지만, 이미 사회의 일부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난 이상 나도 ‘사회적 동물’이라는 타이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어린시절의 사고는 대부분 부모가 만든다.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각각 그 일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부모에게 배우며 부모의 가치관, 생각, 그리고 사고를 물려받는다. 물론 그 물려받음의 정도는 부모의 육아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히 부모는 ‘나’의 자아 형성에 영향을 끼친다. 꽤 엄격하고 가치관이 뚜렷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는 자아를 형성하는데에 있어서 부모님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고등학교 입학부터 대학교 3학년인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을 때 인간이 자아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보냈다. 미국 학교에서 공부하며 내 나름대로의 가치관도 뚜렷해지고 삶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꾸려내고 싶은지도 천천히 여러 경험들을 하며 만들어갔다. 물론 아직 이십대 초반인 나이인지라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주장하기엔 미숙함이 분명하지만, 어느정도의 가치관은 있는지라 늘 갈팡질팡한 마음으로 누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하는 상태는 아니다.
자아를 형성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또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문에 뿌듯한 일이면서도 또 두렵기도 하다. 최근 들어 부모님과 나눈 대화들 속에서 난 어릴 적 물려받은 부모님의 사고를 바탕으로 나만의 가치관을 세웠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리고 부모님은 나의 변화가 성장에 따른 당연한 과정이지만 아직은 쉽게 받아들이기엔 많이 두려워 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훗날 분명히 생길 부모님과의 가치관 차이에 의한 마찰을 서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현명하게 겪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홀로서기가 있다. 태어나자마자 속해지는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의 홀로서기는 어떤 형태이던 힘들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생각의 홀로서기 역시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