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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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만 무죄에 흑인들 ‘큰 실망’

2013-07-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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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17)을 총격 살해한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29)에 대해 13일 법원이 무죄 평결을 내리자 실망감에 빠진 흑인들이 교회를 찾아 위로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평결을 인종 차별에 따른 사법제도의 실패로까지 해석하고 있는 가운데 주일인 14일 워싱턴 지역 곳곳에서는 평소와는 달리 많은 흑인들이 교회를 찾아 답답한 가슴을 진정시켰다.
마틴은 지난해 2월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 들렀다 귀가하던 중 평소 흑인 청소년들의 범죄가 많았던 점을 감안해 그를 범죄인으로 의심하고 쫓아온 자경대원 짐머만과 다투다 총에 맞아 숨졌다. 짐머만은 마틴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며 자신을 바닥에 쓰러뜨려 살해 위협을 해 총을 발사하게 됐다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마틴은 당시 비무장 상태였다.
이번 평결을 낸 배심원단이 백인 5명, 히스패닉 1명으로 구성된 반면 흑인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던 점도 인종 차별 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메릴랜드의 힐크레스트 하이츠에 소재한 호프 AME 교회의 토니 리 담임 목사는 마틴의 죽음에 대한 연대 책임감의 표시로 이날 오전 10시에 열린 주일 예배에서 회색 스웨터(grey hoodie)를 입고 나와 예배를 이끌었다. 리 목사는 이날 교인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이들이 받은 아픔을 잊도록 하기 위해 당초 준비했던 것과는 다른 설교를 했다.
교회 남성부 담당의 크리쉬난 네잇슨 목사는 “이번 평결이 흑인들의 마음을 침울하게 했다”고 교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심리와 평결을 인종 차별적인 면에서 바라보지 않기가 힘들다”며 “많은 사람들이 마틴이 다른 인종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리 목사는 이번 평결을 접했을 때 자신도 처음에는 화가 났었다고 실토했다. 리 목사는 “당시 슬픔과 고뇌와 항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으나 한편으로는 이 같은 심정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리 목사는 설교를 통해 아픔을 희망으로 바꾸고자 노력했다. 그는 좌절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 앞으로 이 같은 불평등한 일을 개선하기 위해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교회를 찾은 흑인들을 위로했다.
이 교회를 찾았던 워싱턴 DC의 린다 윌리엄슨 씨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화가 났었으나 교회에 나온 뒤 이번 평결을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안성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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