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김해연 ㅣ 비단 잉어

2013-02-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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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수족관에서 자라든 비단잉어를 아주 큰 강에 놓아주면 그때의 그 몸 사이즈보다 15배로 더 커진다고 한다. 작은 곳에서의 좁은 마음과 몸으로 살다, 아주 큰 곳에서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면서 배운 후의 아픔 끝인 성장일 것이다.

그냥 내버려두기만 하여도 자라는 것이 아니라, 낯선 곳의 외로움과 그 서먹서먹한 것들을 오로지 자신의 습관으로 만들어야만, 그곳에 내가 아닌 우리로 만들어지고 흡수되어 "나"가 동화되어 간다는 것일거다.

살던 곳을 떠나 왔든 이 미국은 과연 나에게도 큰 강이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 집 딸, 누구의 누나, 누구의 친구, 어떤 교양과 지식등 은 하나도 소용없는, 어느 먼 동양에서 온 아주 멍청한 여자였을 것이다. 아들을 등에 업고 걸어서라도 살던 곳으로 돌아가겠다고 나선 적도 있었고, 어느 날은 그냥 잠들은 그대로 아침에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던 때도 있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의 손으로 내 머리 쓰다듬으며 "잘했다. 기특하다."라고 해 줄 수 있는 날이 있을 거라 믿었다. 무엇도 무섭지 않고 무엇이든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스스로의 자긍심이, 굳이 창을 들고 방패를 들지 않아도, 하루하루의 산다는 생존의 욕심을 이겨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웠으니까.

진정한 자신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은 신선한 자신감으로 시작하여야 열렬함이 보일 것이고 그 또한 결백할 것이다. 나 역시 스스로가 만들어 놓은 좁디좁은 어항 속에 갇혀 살다 낯설고 물결치는 미국이라는 큰 강으로 풀어져, 어쩌면 15배는 아닐지라도 10배는 더 자란 멋진 비단잉어가 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이상 자신이 자신에게 얽매이지 않고 놓아진다는 것은, 더 커진다는 것이고 그러기에 삶은 더 자유스러워지고 더 잘 자란다는 것일 거다.

잉어를 큰 강에 넣을 때에는 넣는다는 표현이 아니라 놓아 준다고, 풀어 준다고 한다. 나도 내 마음을 넣을 게 아니라 놓아주고 풀어주고 싶다. 더 잘 자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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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연씨는 2010년 개인전’Butterfly (나비)’-를 열었으며 그림 그리는 일이 힘겨울 때마다 썼던 글들로 2009년 한국 "수필문학"신인상을 수상했다. ‘아메리칸아이돌’ 출신 가수 Paul Kim이 그의 아들이다. 현재 사라토가 소재의 Aegis Gallery Member로 작품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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