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이예진 l 생각이 필요치 않은 시간

2013-02-04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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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반대쪽으로 달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한국에 살았을 때 나는 생각없이 열심히 하는 아이였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맨날 얼굴 정면에 공을 맞아 안경에 기스가 가득하면서도 점심시간이나 체육시간 때 축구를 열심히 했다.

또 걸스카웃 일원으로 고구마를 캐러가서는 큰봉지 두 개를 가득 채워 집에 돌아가는데 한참 걸렸던 적도 있다. 엄마가 그랬다, 시키는 건 항상 군말없이 다하더라고. 잘하던 못하던 아무 문제도 제기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나이가 들면서 난 생각이 더 많아졌다. 분명 생각을 한다는 건 나쁜 게 아니다. 보통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생각은 앞에 주어진 길외에도 다른 옵션들을 살피고 분석하게 하기 때문에 가끔 꾀를 내는데도 쓰인다. 무슨 결정이든 정당화시키는데 생각하는 시간이 든다. 나는 점차 생각하는데에 시간을 들이기 시작했고, 하자고 마음먹었던 일들 중 반은 미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에 합당한 이유는 있었다. 그래서 두번 생각하지 않는 습관이 중요하다는가 보다.


미국 리얼리티 쇼 주인공 킴 카다시안은 우월한 몸매를 자랑한다. 몸매가 중요한 자산인 만큼, 그녀는 몸매유지를 위해 운동도 열심이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새벽 6시 운동을 위해 그녀는 운동복을 입고 취침에 든다고 한다. 그래야 다음날 새벽, 일어나자 마자 헬스장으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생각할 시간을, 아니, 어쩌면 꾀를 부릴 시간을 단축하여 운동을 가게 만드는 것이다. 헐렁한 잠옷을 좋아하는 나는 사실 이 헌신적인 정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딴생각없이, 앞에 직면하고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다고 마음먹은 것은 당연하게, 너무나도 확고하게, 꾀가 헤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도록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마음자세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새해 계획을 일년내내 수행할 수 있을 거라 자신한다. 내가 무언가를 하겠다고 결심을 하는데에는 분명 적지 않은 생각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믿고 과감하게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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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진씨는 UCLA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대학원과 직업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20대 중반이다. ‘여성의 창’을 통해 생각들을 정리하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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