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구정희 ㅣ 마지막에 듣는 말

2013-01-23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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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딸과 함께 교인의 어머니 장례식에 참석했다. 주중임에도 고인의 남은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많이들 오셨다. 고인은 인생의 말년을 큰 딸 집에서 보내다 가셨다. 기력이 없으셨던 몇 년간 큰딸과 사위가 모시느라 고생을 했고 일찍 은퇴한 딸은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와 함께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컸는지 이 부부가 제일 많이 슬퍼했다.

사위는 고인에 대해 회고하는 순서에 나와 아내와 결혼할 때 장모님이 반대하셨지만 자신은 아내를 낳아 준 장모님을 고마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장모님이 영어를 못하셨기에 깊은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서로 알아 듣었다며 울먹였다. 그리곤 그녀를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며 끝말을 잇지 못했다.

그 다음 자기 딸과 함께 나온 큰 손자는 어릴 때 이야기를 하며 자기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려 하신 할머니로 인해 지금 몸이 이렇게 불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또 증손녀인 자신의 딸을 예뻐해서 볼 때마다 활짝 웃으며 반겼다고 추억했다. 그는 "할머니 사랑해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했다.


나는 미국 장례식 중 고인을 회상하면서 참석자들 앞에서 기억을 풀어놓는 시간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를 통해서 잘 모르는 고인이라 할지라도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았는지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시간을 통해서 남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식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는 반면 미국 장례는 살아 생전 있었던 일을 추억하며 사람들과 나누곤 하는데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딸에게 "엄마와 아빠가 이 세상을 떠날 때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더 좋은 곳에 있게 될 것이니까" 했더니 딸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에 달린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딸의 말처럼 사람과의 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나면 후회가 줄어들 것이고 추억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오늘 장례식처럼 마지막 시간에 나를 기억해줄 때 내가 어떤 이와 어떻게 지냈는지가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그래서 내 주위사람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새롭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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