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구정희 l 불편한 것과 친해지기
2013-01-16 (수) 12:00:00
얼마전 내 생일이라고 지인 한 사람이 저녁 초대를 했다. 식당에 도착하니 가까운 사람 몇 명도 와 있었다. 생일 축하도 받고 맛있는 저녁과 재미있는 대화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이날 저녁 모임을 주도한 지인은 사람을 무척 좋아해서 본인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 생일을 잘 챙기고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처음엔 그런 그녀가 무척 생소해 보였는데 몇 해를 계속해서 내 생일은 물론 주위 사람까지 챙겨 주는 것을 보고 그녀의 정성이 고맙고 놀랍기만 하다.
사실 나는 어릴 때 내 생일을 특별히 기억해서 챙긴 적이 없어 그런지 누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하면 불편하고 어색해 한다. 생일날도 평소처럼 조용하게 지나가기를 원해서 하다못해 직장동료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인사하는 것도 싫었다.
오히려 누가 본인의 생일을 지나치게 광고를 하면 이상하게 볼 정도였다. 몇년 전에는 한 직장 동료가 내 생일이라고 내 책상에 풍선을 달아 놓고 꽃까지 갖다 놓아서 지나가는 다른 동료들의 생일 인사를 받느라 민망한 적도 있었다. 이런 어색함을 유달리 힘들어 해서 아예 생일날 회사를 결근한 적도 있다.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편해 한다는 글을 최근에 읽었다. 아마도 내 생일을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내가 불편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글 속에는 예화로 새옷과 헌옷을 비교했는데 가령 인터뷰를 갈 때 새 옷보다는 입던 옷을 입고 가야 불편하지 않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생일을 제대로 챙겨 받지 못한 것에 익숙되어 있었는데 지금 주위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게 되니 요즘 말로 하면 적응이 안돼서 불편한 거였다. 사실은 세상에 태어난 날이야말로 축하받을 만한 날인데 책에서 말한 것처럼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하고 불편해 하니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이 내 삶 속에 숨어서 익숙하지 않음으로 불편함을 느낄까 싶다.
그러니 더 나이 들기 전에 생일만 아니라 내가 삶에서 느끼는 모든 불편한 것과 친해지기를 올해 목표로 세워야 할까 보다. 그러기 위해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