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서희원 ㅣ 손바닥 안의 세상

2013-01-1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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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안의 세상에 눈을 빼앗기더니 생각마저 빼앗겨 버린 건 아닐까요” 주말 오후, 한참을 빈둥대다 무심히 틀어놓은 텔레비전을 통해 본 짧은 광고 하나가 쉽게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상이 스마트해지는 사이 조용히 생각할 시간조차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물어오는 광고를 보며 순간 마음이 뜨끔해졌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떠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다름 아닌 스마트 폰 속 작은 세상이고, 어느 날부터인가 활자로 찍힌 글 보다는 LED 화면 속에 적힌 글과 그림이 더 눈에 잘 들어온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부끄러워졌습니다. 방학 동안 읽겠다며 이것 저것 여러 권 사두고 들춰보다 반도 채 넘기지 못하고 책장을 덮어버린 책들은 책상 위 널브러져 있고, 그 가운데 작은 노트북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걸 보자니, 인터넷과 스마트 폰의 노예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괜히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길거리의 카페에서 친구들과 마주앉아 서로의 스마트 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나, 지하철, 버스 안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핸드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을 마주할 때와 비슷한 불편함입니다. 말도 잘 못하는 어린 조카가 조그마한 그 손가락으로 터치 화면을 두드리며 어떻게 알아낸 건지 강남스타일 노래를 자꾸만 틀어대는 모습을 마주해야만 할 때, 놀라움보다는 왠지 모를 불안함이 먼저 찾아오곤 합니다.


물론 스마트한 세상에 정신을 빼앗기는 것 같다고 느끼는 불안함과 불편함, 또는 위기감이 그리 낯선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바보 상자” 라고 불리며 질타를 받았지만 지금은 지식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자리잡은 텔레비전처럼 인터넷과 스마트 폰 속 세상이 너무나 당연해지는 날이 오기도 하겠지요.

하얀 종이에 적힌 검은 글씨 몇 글자보다 총천연색으로 세상 곳곳을 보여주는 “스마트”한 정보가 당연히 더 유용하다고 느낄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겨울 방학, 읽고 싶었던 책들을 쌓아두고 귤을 까 먹으며 느꼈던 포근함과 짜릿한 즐거움을 작은 스마트 폰 화면이 따라올 순 없겠죠. 올 가을 추석에는 사촌 조카의 손에 스마트 폰 대신 동화책 한 권을 건네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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