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강성희 l 전 스마트폰 아니예요

2013-01-1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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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인 현대문명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난 아직 흙내나는 구석기시대를 사는 사람중 하나이다. 아이팟 터치 아이패드며 또 아이폰 등의 스마트폰이 나온 지도 하세월이 지났건만 난 불과 몇달 전 전화계약을 연장하면서 미개한 공짜폰을 덥석 받아들고 왔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엄마! 새로 산 전화 좀 보여주세요!" 난리가 났다. 전화를 내밀자 아이들은 갑자기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표정을 하며 뒷걸음치며 한마디를 던진다. ‘오우 마이 가앋!’

단체 문자가 왔다. 점 세개, 점 다섯개, 점 두개 그리고 느낌표 하나. 당최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설마 시각장애인들이 쓰는 그 점자는 아니겠지? 그 오후엔 필요한 정보가 있어 스캔해서 팩스로 보내 달랬더니 2초만에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아이고 이 사람아 난 엄지 검지를 파닥거려서 화면을 키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아니란 말일세.


굳이 남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려 한다거나 의미를 둔 일은 아니었으나 사용하는 것이 고작 이메일과 구글뿐인지라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기능이 내겐 별 필요치 않고 한달에 사용료를 수십불씩 내야 한다는 요구에 설득당하질 못한 까닭에 겪는 불편이다.

요즘엔 어디서건 스마트폰이 대세다. 메모지를 꺼내는 대신 스마트폰을 마주대고 톡 부딪히면 원하는 정보를 옮겨가기도 하고 ‘사진 하나 찍어주시겠어요?’ 하는 부탁 대신에 자신들 쪽으로 렌즈를 고정한 다음 원하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거울보듯 자기표정을 봐가며 사진을 찍어댄다.

아이폰에 이어폰을 꽂아 음악 감상을 하고 각자 다른 장소에 앉아서도 단체 대화를 나눈다. 이런 스마트폰 때문에 난 때로 의도치 않은 왕따를 당해 다들 손가락으로 화면을 옆으로 치워내는 시간에 난 메모지를 꺼내 쓰기도 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젓가락 포장종이로 배를 접을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더 자주 연락을 하고 더 쉽게 정보를 나누며 더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산 스마트폰으로 우린 모두 한자리에 모였어도 각자 따로 논다. 필요를 따라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건 마땅하나 혹여라도 ‘난 언제나 너만 있음 돼!’ 하는 기계와의 1인칭 사랑이 되지 않도록 거북이 목을 펴고 오늘은 그리운 친구에게 손편지라도 하나 써 보는 건 어떨까. 그새 겨울이 가버렸는지 아침 바람이 따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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