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구정희 ㅣ 남편의 딸 사랑

2013-01-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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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에 있는 작은딸이 오는 날 비행기 연착으로 자정을 훌쩍 넘겼다. 남편은 피곤한데도 일찍부터 차고 문을 열어 놓고 추운 바깥에서 서성이며 딸을 기다렸다. 나는 종종 남편의 딸 사랑에 감동하곤 하는데 그것은 내가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내 형제들은 객지에 계셨던 아버지로 인해 한번도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아버지의 참석을 기대할 수 없었다.

낳아 놓은 것만으로 책임을 다한 것처럼 하셔서 어머니가 일곱명이나 되는 자녀를 혼자서 아버지 몫까지 감당하셨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으로 형제들이 어긋나지 않게 컸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우리 형제에겐 축복이었던것 같다. 그러나 고생이 심하셨던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돌아가셨다. 나는 어렸지만 아버지의 무책임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렇기에 나는 배우자 선택시 책임감 있는 사람을 첫번째로 손꼽았다. 자녀를 돌보지 않던 아버지로 인해 고생하는 어머니를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남편의 딸 사랑은 지극했다. 작은 딸을 멀리 있는 대학교로 보낼 때 아무 말 없이 계속 운전만 하길래 말을 붙이려 보니 남편은 선글래스 속에서 울고 있었다. 그뒤 딸이 졸업을 할 때까지 남편의 딸 사랑은 식을 줄을 몰랐다.

딸이 대학원 졸업을 한 후 공항에서 작별할 때도 미처 딸이 돌아서기도 전에 눈물을 훔쳤다. 나는 내 아버지와 너무 다른 남편의 딸 사랑이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어찌보면 남편은 엄마인 나보다 사랑이 많아서 어떤 때는 뒤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가 소원한 대로 우리 딸들이 내가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랄 수 있어서 무엇보다 기쁘고 감사했다. 이제 다 자란 딸들은 아버지의 사랑을 고마워한다.

딸들은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편이 좋아하는 팀의 운동복을 선물해서 남편을 기쁘게 했다. 딸들도 기뻐하는 아버지를 보며 함께 즐거워했다. 나는 즐거워하는 딸들과 남편을 보면서 내가 결혼을 꿈꿀 때 그랬던것처럼 딸들이 자기들의 배우자 상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자기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처럼 그들을 사랑해줄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나기를 새해 소원으로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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