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묻지 마세요
2012-09-28 (금) 12:00:00
세계 양차 대전 40년 후인 1985년 5월 8일은 독일의 패전 일이다. 이날 독일 대통령인 바이저커의 패전 기념사는 아래와 같이 시작 한다. 지금 일본의 극우들과 그들에 동조하는 지식인들을 생각하며 잠시 그의 연설을 상기 해보자.
“5월 8일은 기억을 되살려야할 날이다. 과거의 일들을 정직하게 왜곡함이 없이 상기함으로써 우리들의 진정한 존재의 부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중략) 지나간 일은 수정 되거나 백지화 될 수 없다. 그렇지만 과거에 대해서 눈을 감는 사람은 현재에 대해서도 장님이 된다---참회와 속죄 없이 구제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과거를 기억해야함은 역사를 통한 하나님의 증인이다. 그것은 속죄의 원천이다. 이 증거를 망각하는 자는 내일에의 믿음을 상실하게 마련이다."
리영희 교수의 책에서 길게 인용함은 이영묵 씨의 “위안부 배상 요구 그만두자"를 읽었기 때문이다
우선 나는 이영묵씨가 일본의 전 수상 아베와 현 수상 노다의 대변인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어떻게 그리도 아베와 노다를 닮을 수 있을까이영묵씨는 과거에도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회하자고 했다. 나는 그저 대통령에 출마한 위정자와 그를 따르는 국회의원, 수많은 보수 단체들의 한마음 같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 합창에 소름이 돋을 뿐이다.
패전 후 독일은 지금까지도 위와같이 조상의 잘못을 인정하고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들을 찾아 배상을 하고 있다. 국제간의 배상 문제는 이영묵 씨의 말대로 대한민국이 잘 살아서 안 받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배상의 의미는 전쟁으로 인한 국제 조약을 따질것도 없이 물리적인 강제나 정신적인 강제로 정신적으로 혹은 신체적으로 손실을 당한 피해자에게 지불하는 참회의 가격이며 동시에 용서를 구하는 당연한 행위가 아닌가? 같은 맥락으로 미국이 자행한 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침공에 애매한 민간인 학살이나 오폭으로 인한 살상에 용서의 보상을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런데 이영묵 씨는 과거를 묵살하고 한 점의 생각도 없이 오늘의 현상을 인정하는 행위는 일부 지식인들의 의식 수준이 이영묵 씨의 말대로 “쪽팔리는" 일인 것 같다. 독일 대통령 바이저커의 말은 계속 우리들의 정곡을 찌른다.
“그 시기에 가장 무거운 멍에를 져야 했던 것은 여러 나라의 여성들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재난과 행복의 박탈, 그리고 소리 없이 참아야 했던 인내심을 너무도 쉽게 역사에서 잊혀질지 모른다. 이와 같은 참회의 일깨움을 우리의 정신대로 대비해 보자. 눈물 없이 읽을 수 있는가? 정신대로 끌려간 꽃다운 처녀들은 “위안소" “간이 위안소" 혹은 “육군 오락소"라는 군부대의 “군수품"으로 분류하여 위안부의 인원수와 명단을 “물품대장"에 기재하여 하루에도 수십명씩 몸으로 받아야 했던 그 수치와 오욕과 치욕의 과거를 어떻게 그리도 쉽게 잊어버리자는 말인가!
더욱이 배상 문제의 빌미를 준 것이 “대책 위원회"라니! 차라리 극우 왜놈들처럼 보상이 끝났다며 욱일 승천기를 휘두르며 동경의 반한 데모 대열에 합류함이 어떠하신지 공손히 물어보고 싶다. 이래저래 인간의 양심에 어긋나는 글을 읽은 내가 아픈 과거사에 “쪽팔리는"것 같아 소소한 가을바람의 초가을이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