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새들 (Little Birds) ★★★
앨리슨(왼쪽)과 릴리가 철로변에 앉아 권태를 죽이고 있다.
따분하고 지루한 자신들의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무작정 대도시로 떠났던 소녀들이 패라다이스라고 생각한 도시가 자기들이 버린 삶의 터전보다 더욱 삭막하고 척박한 곳이라는 것을 깨닫고 귀향한다는 전형적인 10대의 인생수업 성장기로 사실적이다.
단짝인 두 소녀의 권태에 시달리는 모습과 그들이 사는 유령 마을과도 같은 동네의 정경을 카메라가 실팍하고 따스하게 포착했는데 이런 눈부신 촬영과 함께 연기와 많은 노래 등도 좋다. 갱 멤버였던 엘진 제임스가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고 또 일부 노래를 작곡·작사하고 직접 부르는데 서정성과 가차 없는 거리의 현실을 잘 배합한 보편타당한 드라마다.
폐허와도 같은 솔튼시에서 홀어머니(레즐리 맨)와 함께 사는 15세난 릴리(주노 템플)는 권태에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한 조숙한 소녀. 철창 없는 감옥과도 같은 동네의 정체된 삶에 지친 릴리는 자기 어머니와 역시 혼자 사는 이모(케이트 바스워드)처럼 살게 될 것이 두렵기만 하다.
릴리의 유일한 기쁨은 친구 앨리슨(케이 패나베이커)과 시간을 보내는 것. 그러나 그것도 릴리의 탈출 욕망을 억제하진 못한다. 릴리는 스케이트보드를 가지고 LA에서 이곳으로 놀러온 제시(카일 갤너)와 그의 친구들을 만난 뒤 탈출을 실행에 옮긴다.
릴리와 앨리슨은 앨리슨의 아저씨 트럭을 훔쳐 타고 LA로 향한다. 영화 전반부는 솔튼시에서의 소녀들의 삶을 그리고 후반부는 LA에서의 소녀들과 떠돌이들인 제시와 그의 친구들과의 삶을 묘사한다.
릴리와 앨리슨은 제시 일행의 범죄에 가담하게 되면서 도시에서의 험악한 삶의 교훈을 체험하는데 자기 속의 공허를 메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릴리는 쉽게 범죄의 공범이 되지만 릴리 보다 현실을 더 잘 포착하는 앨리슨은 이에 저항한다. 릴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남자 아이들의 눈에 들려고 스스로를 범죄행위의 미끼로까지 제공하는데 릴리의 그 같은 몸부림이 동정과 연민의 감을 일깨워 준다.
두 소녀와 남자 아이들의 폐건물에서의 집단생활이 일체의 장식 없이 거칠고 사실적으로 그려졌는데 시골과 도시의 모습을 대조적으로 찍은 카메라가 영상으로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현실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다른 현실을 갈망하는 방황하는 영혼의 얘기로 작은 체구의 템플이 연 약해 보이면서도 억척같은 연기를 기막히게 잘 한다. 결국은 자신과 자신의 현실부터 깨닫고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과장 없이 얘기한 드라마로 감독의 체험이 여실히 느껴진다. R. Millenium. 일부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