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창] 이미애 ㅣ FedEx의 그 여인
2012-02-26 (일) 12:00:00
이제는 더 이상 그 여인의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녀가 떠난 그 자리에는 늠름한 장정들이 일하고 있지만 그녀가 없는 공간은 참으로 허전하기만 하다. 인도에서 왔을까? 파키스탄인가? 자그마한 체구를 가졌음에도 듬직하고 신속하게 일하는 모습은 흡사 작은 거인같이 느껴졌었다. 일과 관계되어 자주 찾는 로렌스(Lawrence)에 있는 FedEx 창구. 나는 그녀가 내 일을 처리해 줄 때마다 나를 반겨주는 잔잔한 미소와 정교한 일처리 솜씨로 인하여 기다리는 몇 분의 시간이 참 행복했었다.
결혼 때문에 새크라멘토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이름이나 알아둘 걸…..
아이들에게 그녀의 칭찬을 하다가 어느날은 작은 아이에게 실물교육의 현장으로 안내했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저런 모습으로 일해야 한단다.” “엄마, 정말 일 잘하네.” ”그래, 내가 사장이라면 저런 사람을 데려오고 싶을 거야. 너도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지 저런 모습으로 일했으면 좋겠다.” “우리 동네 세이프웨이(Safeway)에서 일하는 캐쉬어 중에 너무 불친절해서 그 사람한테는 가기 싫어!” “나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아. 나도 그 사람한테는 가기 싫어. 사람들은 캐쉬어라는 직업은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대충 일하기 쉽지. 무슨 일이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보다도 그 일을 어떤 태도로 일하는 것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야.”
그녀의 일 솜씨를 그리워하는 내게 생각나는 또 다른 여인. 그녀는 내가 물건을 픽업하기 위해서 자주 가는 거래처 회사 5개의 건물 중 4번째 건물의 리셉션니스트이다. 그녀의 얼굴은 항상 무엇인가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분위기이다. ‘어디가 아픈가? 아님 집에 무슨 걱정이 있나?’ 억지로 앉아있는 것 같은 모습은 그녀를 볼 때마다 내 발걸음을 납덩이처럼 무겁게 만들어 버린다.
그 사람 대신에 잠시라도 다른 사람이 맞아주면 그렇게 마음이 후련해진다.
나에게도 끊임없이 많은 사람들이 만나러 오는데 그들은 모두 어떤 생각으로 나를 만나러 올까? 기쁜 마음으로? 아님 무거운 발걸음으로? 오늘도 FedEx로 가는 그 길에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여지없이 일렁거린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잔잔한 미소로 행복을 선사하고 있겠지……
(실리콘밸리 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