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김(C2 Education 원장)
스테파니 마이어의 ‘트와이라이트(TWILIGHT)’ 시리즈가 처음 출간됐을 때 필자는 서점으로 몰려드는 10대 여학생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서를 혐오하고 소설책을 기피했던 여학생들이 갑자기 ‘트와이라이트’를 붙잡고는 밤을 지새우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책 읽기에 집중하는데 이런 현상을 싫어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일반적으로 볼 때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이 기꺼이 독서를 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 있다면 우리는 그 책에 대해 찬사를 보내게 될 것이다. 재미로 책을 읽는 것이야 말로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 성적을 올리고, 시험 점수를 높이고, 글쓰기 기술을 향상 시키며, 대학 입학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신문을 읽든, 잡지나 소설책을 읽든, 혹은 셰익스피어를 읽든 간에 ‘읽기’는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읽기’에도 예외가 있다. ‘트와이라이트’ 시리즈는 ‘해리 포터(HARRY POTTER)’ 이후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읽힌 베스트셀러 시리즈물이다. 이 책의 마지막 편이 출간됐을 때 불과 출간 24시간 만에 130만권의 책이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 케이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달리 ‘트와이라이트’는 독자로 하여금 언어적인 능력을 키우거나 세계관을 세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는 수많은 위험한 메시지에 대해서는 잠시 후 살펴보기로 하고 먼저 언어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트와이라이트’ 시리즈는 언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주 낮은 점수를 받는 책이다. 재미로 책을 읽는 것의 유익이 독자로 하여금 문자로 쓰인 글에 익숙하게 해주고 그 실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어떤 수준의 책을 읽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스테파니 마이어는 훌륭한 상상력을 갖고 있고 10대 여학생들이 어떤 것을 읽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매우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글쓰기 능력에 대해서는 수많은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스테파니 마이어는 현란한 수식어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반면에 올바른 문장 구조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또한 그녀의 글에는 수많은 문법 및 용어의 오류가 등장한다. 학생들은 독서를 통해 올바른 문법과 글의 구조에 대해 본능적인 감각을 익히게 된다. 따라서 스테파니 마이어의 책을 읽은 학생들이 그녀처럼 글을 쓰기 시작한다면 전국에 있는 영어 선생님들은 머리가 많이 아프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문제는 이러한 언어적 측면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은 10대 여학생들이 내면화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수많은 메시지를 강렬하게 던지고 있다. ‘트와이라이트’ 시리즈가 성적인 절제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이렇게 표면적으로 제시되는 메시지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즉시 부정되고 만다. 주인공 벨라는 많은 여학생 독자들이 아무런 어려움 없이 자신을 벨라의 자리에 넣어서 읽을 수 있도록 거의 아무런 묘사도 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상대역인 뱀파이어 에드워드에 대해서는 매우 자세하게 묘사돼 있는데 에드워드는 여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갖춘 한 마디로 완벽한 이상형의 남자다.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에서 에드워드는 절대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벨라가 누구와 친구를 할 것인지도 에드워드에 의해 결정되고 벨라의 일거수일투족은 감시된다.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매우 부적절한 관계로 진행되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증상들이 다 나타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들의 모든 부적절한 감정들이 다 용납된다. 왜냐하면 에드워드의 과도한 집착과 독재는 전부 벨라를 향한 사랑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나면 많은 감수성이 민감한 십대 여학생들은 쉽사리 ‘나도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남자가 하는 모든 행동은 그것이 ‘사랑’에서 나온 것이라면 뭐든지 용납할 수 있어’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다.
책을 싫어하던 10대 자녀가 언젠가부터 책을 읽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면 자녀의 독서 삼매경을 기뻐하기 전에 어떤 책에 빠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재미로 책 읽는 것은 학업에 매우 유익한 것이기는 하지만 ‘트와이라이트’와 같은 책을 읽고 있다면 이는 아이들의 학업과 정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이다.자녀들이 읽고 있는 책을 부모가 일일이 다 읽어 볼 수는 없겠지만 어렵더라도 아이들이 읽고 있는 책의 제목만이라도 확인해서 학교 선생님이나 주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