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업/ 헌터칼리지 고교 11학년 김가은 양
2011-11-21 (월)
모범 래퍼 소녀!
뉴욕시 명문고인 헌터칼리지 고교 11학년 김가은(17·미국명 에밀리)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한국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엠즈(emz)’라는 아이디로 이미 다년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랩을 사랑하고 한국 대중가요인 케이-팝(K-POP)을 즐기는 우등생 소녀다.
SM, YG, JYP 등이 함께 해 관심을 모으며 최근 뉴욕에서 열린 SBS 서바이벌 오디션 ‘K-POP 스타’에서는 지역일원에서 몰려든 25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15명안에 드는 최종 오디션까지 진출해 실력을 검증받았다. 짜릿했던 오디션 장면은 12월이면 전파를 탈 예정. 앞서 MBC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위대한 탄생 시즌 1’의 뉴욕 예선에서도 한국행 티켓을 목전에 두고 아쉽게 탈락했지만 한국 가요 관계자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둘 만큼 두각을 나타냈다.
학교에서는 이미 K-POP 전도사로 이름을 떨친 지 오래. 아시안 클럽 활동은 물론 한국의 대중문화를 함께 즐기고 알아가는 K-POP 클럽인 ‘케이-라임스(K-Rhymes)’를 지난해 직접 창단해 이끌고 있다. 그간 모아둔 자작곡만 100여곡에 이를 정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익혀온 바이얼린 실력도 탁월하지만 악기보다는 떠오르는 악상대로 노래하며 만드는 작업이 훨씬 익숙하다고. 직접 쓴 가사에 곡을 붙이고 컴퓨터와 키보드로 녹음작업까지 모두 직접하고 있다. 자작곡이나 기존 가수들의 노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편곡해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일도 일상이 된지 오래다.
학교 사물놀이 클럽에서도 3년간 장구를 연주하며 한국 전통문화에도 깊은 관심을 쏟고 있고 한국어 사랑도 지극 정성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족과 미국 땅을 밟은 뒤로 한국어를 잊지 않으려고 이민 직후부터 현재까지 네이버 지식인 사이트 등에서 취미삼아 꾸준히 번역을 해온 탄탄한 실력 덕분에 지난주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 주최 제12회 한영-영한 번역대회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학교장 추천을 받아 입학시험을 치르고 입학하는 명문고 합격도 이민 2년 만에 이뤄낸 우등생이다. 학업양이 많기로 소문난 학교여서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지만 랩과 가요 부르기를 즐기며 학업스트레스를 날리고 있다고.
재학하는 학교 이름을 얘기하기 전까지는 가요와 랩을 부르는 청소년을 소위 ‘노는 애’ 정도로 취급하는 일부 어른들의 편견에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덤덤한 반응이다. 스태튼 아일랜드에 거주하다보니 한인 밀집지역과 가까운 퀸즈에 살면서 한국문화를 맘껏 접하는 친구들이 때로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바쁜 이민 생활 속에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은 좋은 점이란다. 미술에도 재능이 많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미술교사와 전문가들로부터 미대 진학 권유를 받지 않은 적이 거의 없을 정도.
그만큼 가진 재주가 워낙 많다보니 장래 진출을 놓고 고민도 크다. 동시통역사와 교직 진출을 희망하고 있지만 만약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할 기회가 온다면 그 역시 마다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웃는다. 아시아 지역에 이어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을 지켜보면서 일본이나 중국 진출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 세계를 무대로 도전해 나가야 한류의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때론 타인종 친구들이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신곡을 자신보다 더 빨리 꿰차고 있는 걸 볼 때면 K-POP을 사랑하는 래퍼 소녀로서 뿌듯해진다는 김양은 김창선·이은미씨 부부의 외동딸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