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인한 폭력 그린 범죄 스릴러
▶ 드라이브 (Drive) ★★★½ (5개 만점)
드라이버(라이언 가슬링)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기 희생을 결심한다.
낮에는 영화 스턴트 운전사요 밤에는 범죄용 도주 차의 운전사인 고독하고 과묵한 무명씨의 스타일 말쑥한 범죄 스릴러로 LA 느와르이다. 복고풍의 영화로 무자비하고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폭력이 판을 치는 후반부에 이르기 전까지는 분위기 위주로 얘기가 전개된다.
전반부는 무드 짙은 프랑스 갱영화를 보는 느낌인데 냉정하게 생긴 주인공 역의 라이언 가슬링이 마치 장-피에르 멜빌 감독의 ‘사무라이’에 나오는 알랑 들롱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렇게 유럽영화 식으로 차분하고 무드 있게 진행되던 영화가 후반 들어 할리웃 식의 끔찍하고 과도한 폭력으로 물들면서 스타일을 구겨놓는다.
소설이 원작으로 덴마크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브론슨’)의 할리웃 데뷔작.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이는데 과다한 폭력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훌륭한 스릴과 간장감을 만끽할 수 있는 영화다.
얼음처럼 차가운 드라이버는 낮에는 LA 경찰로 나오는 스턴트맨이요 밤에는 절도범들의 도주차를 모는 범죄자다. 그는 범죄자들이 범행을 저지르고 차로 돌아올 때까지 정확히 5분을 기다려준다. 영화 처음에 야간범죄와 도주가 속도감과 함께 맵시 있게 소개된다.
얼굴 표정이 전연 없고 과묵하며 금욕적인 드라이버가 작지만 감정을 노출하게 되는 동기는 옆 아파트에 사는 소녀 모습의 아름답고 착한 웨이트리스 아이린(캐리 멀리간)과 그의 어린 아들 베니시오와의 만남.
드라이버가 옥살이를 하는 남편 스탠다드(오스카 아이작)를 기다리는 아이린과 베네시오를 따뜻이 돌보면서 두 고독한 남녀 간에 로맨스의 감정이 영근다.
이어 스탠다드가 출소하면서 드라이버는 100여만달러의 현찰을 탈취하는 강도사건에 휘말려 든다. 드라이버는 스탠다드가 과거 영화 제작자로 범죄단 두목인 버니(알버트 브룩스가 사악하고 간교한 악역을 잘 한다)와 그의 일당에게 진 빚을 탕감해 주는 대가로 범죄차를 몰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사실 드라이버는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린을 위해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한 것.
그런데 대낮 LA 인근 밸리의 전당포에서 벌어진 현찰 강도짓이 엉뚱하게 샛길로 빠지면서 현찰 가방을 소지한 드라이버와 이를 찾으려는 버니와 그의 동업자인 니노(론 펄만)와 이들의 졸개들 간에 목숨을 건 숨바꼭질이 일어난다.
웃으면서 사람 잡는 버니는 드라이버가 현찰을 돌려주지 않으면 아이린과 베네시오를 처치하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버니는 드라이버에게 일자리를 주고 그를 아들처럼 돌본 자동차 정비공장의 주인 섀논(브라이언 크랜스턴)을 무자비하게 죽여 버린다.
복수심에 눈이 뒤집힌 드라이버는 아이린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기로 각오하고 단신으로 버니 일당과 맞서면서 유혈 폭력이 화면을 흥건하게 적신다. 두개골이 짓이겨지고 장도리로 손에 못을 박고 총과 칼이 동원되면서 여럿이 죽어 넘어진다.
가슬링의 매서운 연기가 일품인데 멀리간은 미스 캐스팅. 밤의 LA를 찍은 촬영이 유혹적이고 신세사이저와 함께 복고풍의 노래를 쓴 음악이 작품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R. Film District.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