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 (Crazy, Stupid Love) ★★★
칼(스티브 카렐)이 케이트(마리사 토메이)의 육탄공격에 아연실색하고 있다.
제목처럼 사랑은 미친 짓이요 어리석은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 것 없으면 못 산다는 듯이 사랑을 한다. 이 영화도 사랑의 이런 성분을 다세대의 각양각색의 사랑을 통해 통찰력 있게 그린 로맨틱 코미디이자 심각한 드라마다.
성숙한 어른들을 위한 영화로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 캐스팅이 좋은데 문제는 우연과 상투적인 것이 적지 않다는 점.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끌어간다기보다 미리 결론부터 맺어놓고 거기에 맞춰서 플롯을 짠 식이어서 좋은 드라마에 흠집을 내고 있다.
그리고 한국 영화들처럼 끝날 때 끝나지 못하고 종결부를 질질 끌고 가 보는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결점에도 불구하고 보고 사랑에 관해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얘기는 고등학교 때 애인인 에밀리(줄리언 모어)와 결혼해 13세난 아들 로비(조나 보보)를 두고 30년간 잘 살고 있는 칼(스티브 카렐) 부부를 중심으로 여러 다른 얘기들이 연결된다.
영화는 식당에서 남편과 함께 밥을 먹던 에밀리가 느닷없이 “이혼해 줘요”라고 선언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내 밖에 모르는 순진한 칼은 본의 아니게 중년의 위기를 맞으면서 넋을 잃는데 그는 회사 동료 데이빗(케빈 베이컨)과 연애를 하는 에밀리에게 쫓겨나 아파트 살림을 하면서도 고통하며 아내를 그리워한다.
단골 바에 앉아 술로 고독을 달래는 칼을 측은히 바라보는 청년이 멋쟁이 플레이보이 제이콥(라이언 가슬링). 제이콥은 칼에게 여자 낚는 법에 관해 한수 가르쳐 주겠다며 마다하는 칼을 고급 샤핑몰로 데려가 옷과 구두를 사게 한 뒤 헤어스타일까지 바꿔놓는다.
그런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고 매일 같이 여자를 갈아대는 제이콥이 마침내 맞수를 만난다. 그의 감언이설에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여자가 변호사 지망생 해나(엠마 스톤).
한편 칼은 제이콥의 훈수 덕분에 바에서 여자를 낚는데 그에게 선선히 몸을 허락하는 중학교 영어선생 케이트(마리사 토메이가 화끈하게 웃긴다)를 비롯해 도합 9명의 여자와 잔다.
여기에 로비의 여고생 베이비시터 제시카(아나리 팁턴)가 칼을 사랑하고 로비는 제시카를 사랑하면서 사랑이 감나무에 연줄 걸리듯 한다. 이런 복잡한 사랑의 방정식은 끝에 가서 미국 영화식으로 정리되는데 과연 사랑이 그렇게 정리가 잘 되는 것일까.
보기 좋은 배우들이 모두 연기를 잘하는데 파페라 가수 조시 그로반이 해나의 직장 동료로 캐미오로 나온다.
글렌 휘카라와 존 르콰 공동 감독. PG-13. WB.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