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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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위한 물 (Water for Elephants)

2011-04-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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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코끼리를 위한 물 (Water for Elephants)

제이콥(로버트 패틴슨·왼쪽)과 말레나는 코끼리 로지를 매체로 사랑의 불꽃을 태운다.

★★★ (5개 만점)

동물의 묘기 곁들인 러브 스토리

“폭군 서커스 단장의
아내를 사랑하게 됐어”


경제공황 시대 마법과 환상의 세계인 유랑 서커스를 무대로 일어나는 금지된 사랑과 삼각관계 그리고 궁극적인 사랑의 구제 능력을 그린 로맨틱 러브 스토리로 노스탤지어가 가득하다. 옛날 할리웃 클래식의 내용과 모양과 분위기를 지녔는데 운명적 사랑의 얘기를 중심으로 화려하고 경이로운 인간과 동물들의 서커스 묘기와 위험과 모험과 복수 그리고 단원들 간의 우정과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 등이 극적이요 아기자기하게 그려졌다.

세실 B. 드밀의 ‘지상 최대의 쇼’와 한수산의 ‘부초’를 생각나게 하는데 서커스 묘기와 두 남녀의 강렬한 사랑의 시련을 보고 있자니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이 영화는 ‘트와일라이트’ 시리즈로 빅 스타가 된 로버트 패틴슨이 처음으로 수퍼스타(리스 위더스푼)의 상대역을 맡아 주연한 것으로 그가 과연 틴에이저 영화의 틀을 벗어나 성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계기가 될 영화다.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겠다. 원작은 새라 그루언의 베스트셀러 동명소설.

영화는 나이 먹은 제이콥(핼 홀브룩)이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시작된다. 코넬대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는 제이콥(패틴슨)은 졸업 직전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학교를 포기하고 짐을 싸들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그가 올라탄 기차가 한물 간 벤지니 브라더스 서커스의 열차. 서커스 단장은 단원들에 군림하면서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형의 어거스트(오스카 조연상 수상자 크리스토프 월츠).

어거스트는 아주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로 단원들과 짐승들을 아버지처럼 사랑하다가 기분이 틀려지면 갑자기 폭력을 행사하는 어두운 성격과 매력을 동시에 지닌 사람이다.

그는 이런 행동을 자기보다 나이가 많이 어린 아름답고 매력적인 서커스의 스타플레이어이자 자기 아내인 말레나(위더스푼)에게도 행사한다. 그는 말레나를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자기 소유물로 여겨 질투심이 발동하면 폭력을 휘두른다.


서커스에서 막일을 시작한 제이콥은 매력적인 말레나에게 첫 눈에 반하는데 둘은 제이콥이 말레나가 타고 묘기를 부리는 애마의 부상을 돌보면서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거스트는 제이콥에게 동물을 돌보는 일을 맡긴다.

항상 1등 서커스인 바넘&베일리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으면서 흥행도 신통치 못한 벤지니 서커스는 다른 서커스에서 퇴출한 코끼리 로지(42년 된 타이로 어찌나 연기를 잘 하는지 인간 배우 뺨친다)를 구입하면서 연일 매진을 기록한다.

그리고 로지를 타고 묘기를 부리는 말레나와 로지를 정성껏 돌보는 제이콥 간의 사랑은 마침내 활활 타올라 둘은 함께 사랑의 줄행랑을 놓는다. 둘의 뒤를 어거스트가 보낸 건달들이 쫓는다.

패틴슨과 위더스푼의 연기는 무난한 편이나 둘의 화학작용은 신통치 못하다. 그리고 월츠가 간교하고 상냥하며 또 부드럽고 위협적인 연기를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해 혼자 영화를 말아 먹다시피 하는 바람에 두 주연배우가 완전히 주눅이 들다시피 한다. 촬영과 서커스 공연 등 보기에도 좋은 영화다.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
PG-13.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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