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회자 아내를 구출하라”

2011-04-07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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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열심히 교회를 섬기면 너무 나댄다는 말이 나오고, 조용히 뒷전에서 섬기면 게으르다고 손가락질 하지요. 옷을 조금 맵시 있게 입으면 사치스럽다는 비난이 금방 들어오고, 검소한 복장은 촌스럽다는 흉으로 돌아옵니다. 사모들은 어찌 해야 하나요?”
목회자를 내조하는 사모의 바람직한 역할과 사역 형태의 모델을 정립해보는 세미나가 열렸다. ‘좋은 목회’를 하고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담임 목사의 리더십 못지 않게 사모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영적 지원 사격이 중요하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 그러나 많은 사모들이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사역을 떠나거나 목회자에게 오히려 짐이 되는 상황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워싱턴한인목회연구원(원장 김성도 목사)이 지난 5일 한사랑교회에서 개최한 정기 모임에서 박진욱 목사는 “이 시대 각 교회의 사모들은 자신의 위치가 불분명한 데서 오는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며 “성도들이 사모에게 원하는 것이 다른 것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모 구출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박 목사는 “이런 열악한 상황 속에서 사모들은 대인 관계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며 수퍼우먼 콤플렉스, 영적 탈진 등 갖가지 증상들도 소개했다.
사면초가의 상황을 매주 감내해야 하는 사모들의 입장에 대해 성도들이나 사모 자신이 반드시 깨달아야 하는 것은 ‘목회적 돌봄’이 성도들의 가정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 자신의 가정 또한 해당된다는 사실. 박 목사는 “목회자는 아내가 목회를 돕기 위한 동역자 이전에 자신의 아내이고 평범하게 남편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여자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적극적인 사랑 표현과 대화를 통해 목회자와 사모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들라”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전통적인 사모에 대한 견해도 달라져야 함을 지적했다. 무조건 사모이기 때문에 순종을 강요하기 보다는 평신도들과의 관계에서 한 인격체로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목회자가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 그는 마지막으로 “성도들이 수퍼 사모를 기대하는 완벽주의는 옳지 않다”며 “사모가 갖고 있는 은사와 능력을 인정해 주는 풍토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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