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이경이
2010-12-14 (화) 12:00:00
늦은 오후지만 비가오고 어둠이 짙어서인지 마음은 벌써 집을 향하고 있었다. 집에 빨리 들어가 전기장판을 틀어 놓고, 오랜만에 주말연속극을 보리라 생각하며 서둘러 일을 마치고 나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집으로 가는 중 이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맛있는 생선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하신다. 사실 날씨도 차갑고 하여 가기 싫었으나 그래도 부모님 살아계시니 이런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빗길을 뚫고 달려갔다.
집에서 따뜻한 시간을 가지려고 했던 기대가 무산되는 것이 싫어서, 엄마 집에 도착 하자마자 꽁꽁 언 생선을 챙겨 집으로 빨리 돌아오는 중인데, 생각지도 않게 다른 주에 사는 오랜 친구가 전화를 했다. 서로 안부만 전하고 살았지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는 못했는데, 마침 회의를 하러 샌프란시스코에 와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친구에게로 가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느라 생선이 차속에 있는 것을 아주 까맣게 잊어 버렸다.
다음날 오후에 차 트렁크를 여는데 생선이 녹으면서 생긴 생선특유의 꼴꼴한 냄새가 트렁크 안을 적셔 고약한 냄새를 뿜어내고 있었다. 냄새는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고, 차 안까지 번져서 도저히 차 안에 있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 냄새를 없애려고 방향제를 얼마나 뿌렸던지 오히려 생선 냄새와 함께 정체 모를 냄새가 진동해 어찌해 볼 대책이 서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웃에 사는 한 친구가 커피를 담은 예쁜 망사 주머니를 여러 개 만들어 주면서 차 안에 넣고 다니라고 했다. 원두커피의 그윽한 향기는 고민하고 있던 나의 마음을 깨끗이 치료하며 여러 날 싫어도 어쩔 수 없었던 차속의 그 냄새를 없애 주었다. 차 문을 열 때 마다 흘러나오는 그 향기는 기분까지 새롭게 해 주었다. 그것은 단지 원두커피향일 뿐만이 아니라 내 친구의 우정이 가득 담긴 마음의 향기였다.
이렇게 내 친구의 아름다운 마음의 향기로 내게 골치 아팠던 문제가 해결 되었듯이, 우리들도 삶 속에서 서로에게 향긋한 향기가 되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진하면서도 은은한 향기로 다가가서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향기, 나도 그런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이 해를 보내기 전에 내 마음의 나쁜 냄새를 깨끗하게 하고 향기로 바꾸어 많은 친구들에게 보내고 싶다. 오늘따라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이 가사가 왜 이렇게 정겨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