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이경이

2010-12-0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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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은이 엄마

많은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 2년을 잘 못 넘기시는데, 영은이 어머니는 두 딸들을 10년 이상 보내신 분이다. 토요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국학교에 가야한다며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습관을 잘 들여 놓으셨다. 그 동안 개근상을 거의 놓치지 않았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그 덕에 아이들이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액센트 하나 없이 한국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도록 만들어 놓으셨다. 특히 큰 아이 희은이는 아주 실력이 뛰어나서 이번 학기부터는 초급반 보조교사로 섬기고 있다.

한글을 배우는 것은 피아노를 익히는 것과 비슷하다.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면 계이름을 익히고 건반을 치는 것을 배우기에 신기하고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한글학교에 처음 와서 기초를 배우는 시기는 자음과 모음을 익히고 글자를 읽기 시작하기에 학생들도 기뻐하고 부모님들도 만족스러워 한다. 그러나 중급단계는 체르니로 손가락 연습을 반복하는 것과 같다. 이 시기는 여러 가지 단어의 뜻도 익혀야하고 짧은 글도 지어야 하기에 아이들도 유난히 지루해하면서 온갖 이유를 동원하여 한국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한다. 그러면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처럼 부모님들은 마음이 약해져서 “나중에 아이들이 더 자라서 스스로 느낄 때에 다시 보내든지 아니면 내가 집에서 조금씩 가르쳐 보자”는 생각으로 학교를 그만 보내신다.

몇 년 전 한국학교연합회 학술대회에서 “자녀들을 한국학교에 보낼 것인가”라는 주제로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이미 사회인이 되어 주류사회에서 활동하는 한 청년이 영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한글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을 때, 때려서라도 보내지 우리 부모님이 왜 어린 제 말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정신적 연령이 나보다 더 높으셨을 텐데.” 그 청년은 중도에 한글학교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며, 자신의 자녀는 자기처럼 만들지 않겠다며 목소리 높여 말했다. 언어는 배우는 것을 중단하면 그 동안 배운 것조차도 잊어버리게 되고 나중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아노를 배울 때도 손가락 연습을 반복하는 지루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양한 음악가들의 곡을 재미있게 칠 수 있듯이, 한글교육에 뿌리는 씨앗은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모님의 꾸준함과 정성만 있다면 언젠가 뿌리가 내리고 싹이 나서 귀한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0여 년 동안 자녀들을 한국학교에 보내느라 고생한 영은이 어머니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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