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최계영

2010-12-06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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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가는 버스에서

나는 서울을 갈 때마다 강릉 고향에 두서너 번씩 다녀온다. 2년 전 5월 7일 오후 4시 40분 강릉 가는 버스에 올랐다. 옆자리엔 세련된 옷차림을 한 여자 분이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나는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벌써 영동선을 달리고 있었다. 5월에 접어드니 어느덧 초여름이라 산과 들은 실록으로 자연을 한껏 뽐낸다. 옛날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여름, 겨울 방학 때만 고향집에 갈 수 있었다. 서울서 강릉까지 버스로 열 시간씩 걸렸고 겨울 눈 올 때면 열두시간도 걸렸다. 지금은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버스가 출발하려면 조수가 쇠작대기를 엔진에 넣고 돌리면 운전수는 발판을 밟아 발동이 걸리고 떠난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다. 대화에 있는 간이정거장에 도착하면 점심시간이다. 겨울철 식당온돌방에 들어가면 시린 손발과 몸을 따뜻한 구들에 녹이며 밥상에 나오는 생계란 하나를 더운밥에 깨어 넣고 비빈 후 산나물 반찬과 된장찌개를 함께 먹으면 그런 진수성찬이 없었다. 지금은 휴게소에 도착하면 15분 휴식시간을 준다. 화장실 다녀와서 커피한잔 마실 시간 겨우 된다.

옛날 생각하다 보니 벌써 횡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강릉까지 한시간 정도 남았다. 버스에서 내려 무럭 무럭 김이나는 안흥찐빵 3개를 사들고 옆자리에 앉은 분과 같이 먹으려고 버스에 올랐더니 그분도 찐빵을 갖고 올라오며 “같이 나누려고 했더니 벌써 사셨네요”하며 자리에 앉았다. 강릉에 사느냐고 물었더니 남편이 강릉출신인데 시부모님이 남겨주신 집이 있어 강릉, 서울을 오르내리며 산다고 했다. 그도 나한테 물었다. 나는 강릉 토박이인데 대학 가느라 강릉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어느 대학을 다녔느냐, 몇 년도에 졸업했느냐, 전공이 무엇이었느냐라며 꼬치꼬치 물었다. 나는 대답하면서도 무슨 여자가 처음 만난 사람한테 질문도 많다고 생각하며 좀 언짢았다. 갑자기 내 무릎을 치면서 “너 최계영이 아니야?”하고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내이름을 알았느냐고 하니 “내가 홍성월이다”라고 했다. 이름이 독특하여 금방 누군지 알았다. 둘이 손을 잡고 무릎을 치며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50년 만에 처음 만났으니 꿈만 같았다. 우린 한 시간 반을 서로 알지 못하고 온 것을 안타까워 하다 보니 어느 사이에 강릉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서 성월이는 곧장 자기 집으로 가자고 졸랐다. 나도 간절한 생각이었지만 친정 식구들이 기다리니 아쉬운 마음으로 내일 가겠다고 약속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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