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 그가 있다. 매튜. 그가 오늘은 스팀 사우나 안에 있다. 뿌연 김때문에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난 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긴박감 넘치는 목소리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말이다.
그를 스포츠 센터에서 발견한 건 3주 전쯤인 것 같다. 스파의 따끈한 물속에서 쉬어야지 하는 계획이 매튜, 그 때문에 틀어졌다.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쉬지 않고 떠드는 그 때문에 난 그날 5분도 채우지 못하고 그곳을 떠났었다. 그리고 며칠 뒤, 같은 장소에서 그를 보았는데, 그날은 벌써 꽤 많은 사람이 친구가 되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날도 사우나 문을 열자마자 사우나의 열기보다 더 뜨거운 열정적인 그의 목소리가 먼저 느껴졌다. 그냥 문을 닫아 버리려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한번 들어 보고 싶었다.
“바다에 있을때 가장 맘이 편해”, “어떤 곳은 한 달, 길게는 일 년도 있어 봤지!”,”이번엔 호주로 갈거야”
멋있게 그를 표현하자면 그는 바다를 사랑하는 서퍼였다. 또 늘 새로운 바다와 파도를 찾아다니는 여행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포장하지 않은 채 그를 표현한다면 올해 서른 여섯 살이고, 1 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적이 없으며, 지금은 호주로 갈 비행기표를 위해, 외국 출장 중인 누나 집에서 조카들을 두 달째 돌보고 있는 말 많은 남자일 뿐이다. 반응은 반반이었는데, 절반은 그와 일체가 되어 자유스러운 그의 삶을 동경하고 찬사를 보냈고, 그 나머지 사람들은 웃고는 있지만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면 그는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묻지도 않은 사십 이후의 계획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자신있어. 사십까지 열심히 파도를 타고, 여행을 할꺼야. 그리고 정착해야지. 사는 게 힘들더라도 지금의 추억이 나를 잘 살 수 있게 할 테니까!”
추수감사절을 보내고 찾은 스포츠 센터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매튜의 여행담과 유머로 여름 한낮 풀장처럼 왁자했던 모습은 사라졌고, 사우나에서도 사람들은 눈을 감고 있거나 책장 넘기는 소리까지 조심하며 책을 읽고 있다. 매튜가 있었던 지난 한 달여의 시간은 춥고, 비오는 겨울이 오기 전 그가 우리에게 선물한 인디언 썸머였을까?
삶이 계획한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걸 나는 안다. 그래서 매튜의 조금은 비현실적인 삶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전한 인디언 썸머의 열기 때문에 나 역시 잠시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세운 계획과 꿈으로 행복했다.
지금은 호주의 어느 바닷가에 있을 매튜, 그의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