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박명혜
2010-11-17 (수) 12:00:00
매트리스, 자전거, 탁자 위에 포개 얹혀진 의자 몇 개…… 뭔가 부족해 보이지만 누군가의 이삿짐이지 싶다. 박스형 이삿짐 트럭으로 하는 이사가 대중화된 요즘은 오늘같이 이삿짐 내용이 홀랑 다 보이는 이런 이삿짐을 보기쉽지않다. 내 속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아 좀 쑥스럽기도 하지만 오늘은 왠지 이런 이삿짐이 다정스럽다. 눈부시게 고운 가을 햇살 때문일까?
남편이 학생일때 이사는 이사라기 보다는 잔치였다. 거리가 짧기도 했거니와 짐이 없으니 이삿짐 차를 빌리지 않고도 우리 차에 친구 차 한두 대면 이사를 할 수 있었다. 말이 이사지 이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일은 이사 후의 파티였다. 이사를 도우러 온 친구들이 이삿짐 대신 이삿날은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며 자장라면을 끓이기 시작하면 하나둘 다른 친구들도 모이기 시작한다. 친정어머니가 울릉도 현지에서 사 보내주셨다는 오징어를 가져온 친구, 막 부친 김치 부침개를 식기 전에 가져오느라 땀까지 흘리고 뛰어 온 친구, 우리집 이사때 선보이려고 세 번이나 연습 끝에 탄생했다는 한국식 닭튀김을 가져온 친구. 그 좁은 공간에 복작이고 앉아 친구들 마음이 담긴 음식과 이야기로 함께 한 그날. 어느 때 보다 행복한 날로 기억된다.
그리고 한참, 이사는 서너 블록이 아닌 몇 개 주를 건너야 하는 이사가 되었고, 승용차 서너 대로는 할 수 없는 이삿짐이 되었다. 친구들의 서툰 이삿짐 나르기로 짐이 부서지는 대신 프로들의 짐 나르기로 몇 배로 늘어난 짐도 뚝딱 반나절이면 해결이 되고, 이제는 자장면 대신 피자로 이삿날 첫 끼를 해결해도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집도 커지고, 가구도 많아지고, 이사도 편안해지고 그러나 그날이 그리운 걸 왜일까?
정지 신호 때마다 내 앞에 멈추어 옛 기억을 떠오르게 하던 소박한 이삿짐 트럭이 사거리에서 드디어 나와 방향을 달리한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이삿짐 트럭에 실려 있던 자전거 바퀴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꽤 오래전 모자란 자장 라면을 가지러 자신의 집을 향해 힘차게 자전거 바퀴를 밟던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야! 그날 우리가 함께 먹었던 자장면이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