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조래현

2010-11-14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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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어머니

지난 주말 아주 귀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 분의 삶의 여정이 나의 친정어머니와 어쩌면 그리 유사할까 생각했다. 그 분의 삶 자체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듣고 난후, 나는 오늘 나를 있게 해주신 나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그분과 나의 어머니가 겹쳐진 것은 가난 이라는 것 때문에 한이 담긴 여인의 통곡 때문 이었으리라.

어머니……. 저는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 할 수 없습니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세 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 이었기에 평생을 잊고 살았습니다. 8남매의 막내 며느리셨고, 부유한 시댁이었지만, 누구하나 남편 없는 어머니를 돌아보지 않았지요.

삼남매 자식을 외할머니께 맡기고 돈 벌러 가셨던 엄마가 다시 오셨기에 오늘 제가 있습니다. 남의 집 파출부, 보따리장사, 떡장사, 구멍가게, 미제물품 장사, 보험회사 외판원, 온갖 궂은일과 힘든 일을 다 하셨지요. 한번은 내게 다림질 한 와이셔츠와 빨래들을 배달하라고 하셨어요. 키가 작고 몸이 가녀린 내게 심부름을 시켰을 때, 언덕을 오르다 넘어져서 옷을 망쳐서 울기도 했지요. 그러나 한 번도 어머니를 원망 하지 않았어요. 학교 공납금을 못 내서 수도 없이 쫓겨 올 때도 엄마가 밉지 않았어요.


키 커야 한다고 콩나물과 수박 껍질을 깎아서 무침을 만들어서 주셨을 때는 그것이 최고의 맛이었답니다. 어쩌다 우리 삼남매가 싸우기라도 하면 엄마는 속이 상했죠. 엄마의 뼈까지 사무친 가난의 한을 우리에게 풀듯 회초리를 들어서 언니부터 때리기 시작하면, 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면서 울었지요. 그러면 엄마는 매를 멈추셨어요. 내게 가난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부유한 집안의 공주 같은 딸로 자라지 않은 것이 오히려 고맙습니다.

가난한자, 소외되고 아픈 자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긍휼을 가르쳐 주셨잖아요? 피아노 레슨으로 등록금을 벌면서 공부하도록 자립심을 길러 주셨잖아요? 칭찬받을 때 더욱 겸손하라고 하셨잖아요? 내게 사랑을 가르쳐준 당신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나의 ‘나됨’은 어머니의 사랑과 믿음 때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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