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줄리 김
2010-11-11 (목) 12:00:00
280번 고속도로를 따라 가면 crystal spring을 끼고 아름다운 산책로가 나온다. 참나무와 소나무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잡목들과 숲이 알맞게 어우러져 있고, 이른 새벽이면 새 노랫소리가 골짜기를 메우고 먹이를 찾으러 나온 사슴 가족의 모습은 진정한 평안이 무엇인지 고개가 끄덕여 진다.
안개가 들어오는 날이면 산허리위에 휘어 감긴 목화송이 같은 안개 자락위로 신선이 좌정 한 것도 같고 또 안개 속으로 지는 저녁노을은 한마디로 장관인데100m 도 안 떨어진 곳에 분주한 고속도로가 있다고는 상상 하기도 힘든 곳이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이 내 등을 문지르고 발걸음 따라 버석거리는 낙엽소리를 들으니 두고 온 고향 가을이 생각난다.
꿈 많은 철부지 소녀 시절, 꿈의 실현을 이루기 위한 격동의 시절과 삶의 의미를 이룬다는 불혹을 지나 지금은 평범한 한 가정의 아내로 또 엄마로 그리고 친구로 이곳에 살고 있다. 벽에 걸린 달력이 바뀔 때에야 비로소 한해가 가버린 것을 아쉬워하곤 하였지만 늘 따듯한 이곳 기후 때문인지 흐르는 세월을 민감하게 감지 할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나의 삶의 욕구들로 인한 분주함이, 그리고 영원히 살 것 같은 무지함이 나를 가려 내 삶의 가을을 미처 볼 수 없었을 게다. 그러나 오늘 이 숲 가운데 혼자 가을 단장을 한 나무를 보며 대자연에 속한 나의 삶도 분명한 사철이 있음을 알아내곤 만추가 되어가는 가을에 귀를 기우려본다.
세월이 흘러 행여나 그림자처럼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노인이 되면 어쩔까 싶은 걱정, 부단한 시간과의 경주,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시도 하여 얻어 내는 성취감도 실상은 나 자신과의 끝없는 갈등일 뿐 그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할 겨울은 올 것인데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오늘 하루를 깨우는 여명을 보며 건강한 몸으로 대 자연과 더불어서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동행 하는 일상이 주어진다면 지금 이 자리 “가을”에 선 나로서는 더 이상 행복일수 없다.
봄에 올 새잎의 약속을 위하여 자리를 내어주는 낙엽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내마음속 작은 창의 문을 열어 오는 가을을 맞이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