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러, 왜 이러지?

2010-11-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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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광 갔을 때 안내자에게 “종업원에게 달러로 팁을 줘도 받느냐”고 물으니까 “몰래주면 받는다”면서 북한에서는 달러를 모으는 것이 유행이라고 했다. 얼마 모으면 잘사는 축에 드느냐고 물었더니 500달러 갖고 있으면 부자소리 듣고 300달러만 있어도 마음 든든하게 살 수 있다고 했다. 왜 달러를 모으느냐하면 이제는 북한에서도 외국 여행하는 사람들이 늘어 친지가 외국 나갈라치면 전기다리미, 구하기 힘든 약 등을 부탁하기 때문에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을 원수처럼 여기면서도 미국 달러는 환영이다.

이 시대의 국제통화 기준은 뭐니뭐니해도 달러다. 유로화도 있고 일본의 엔화, 중국의 위안화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달러가 국제적인 화폐의 기준이다. 화폐의 가치는 저축수단과 지불수단이다. 저축할 수 없고 지불할 수 없으면 화폐의 가치가 없다. 달러는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그래서 국제통화의 기준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달러화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06년부터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데다 지난해에는 경제공황을 막기 위해 1조70억 달러나 찍어 냈다. 그래도 경기부양이 안되고 실업자 수가 줄지 않자 며칠 전 연방준비은행(FRB)은 6,000억 달러를 더 찍어 내겠다는 장기국채 매입계획을 발표했다. 금리가 바닥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더 내릴 수가 없어 화폐발행으로 치료해보자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주택담보대출 재융자가 늘어 주택시장이 활성화 되고 기업들도 현금을 저축하는 대신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화의 약세를 가져오기 때문에 중국, 일본, 한국 등 세계국가들이 아우성이다. 달러는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는데 달러 값이 떨어지니 외환보유의 힘이 없어지고 자국 제품의 수출단가가 올라 미국에게 앉아서 당하는 셈이 된다.

더구나 미국의 빚은 이자에 이자가 새끼를 치는 식으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대로 가면 57조(2008년 현재)이던 것이 2020년에는 102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빚은 갚을 길이 없고 달러는 계속 약세를 달리면 나중에는 미국도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달러화 체제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요즘 금본위의 ‘세계 단일화폐’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학자들 간에 점점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돈을 마구 찍어내는데도 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시중에 돈이 안돌면? 그러면 경기부양을 위해 또 달러를 대량 찍어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대한 제재가 국제적으로 논의될 것이고 달러화를 서로 가지지 않으려는 풍토가 형성될 것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G20 정상회의의 숙제는 환율문제다. 모든 국가가 미국을 비난하고 있는데 의장국인 한국이 이 아우성을 어떻게 수습할지 관심꺼리다.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지금 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의 기록이다. 중국의 경우는 달러보유고가 한달에 647억 달러, 일본은 한달에 달러보유가 395억 달러씩이나 늘고 있어 달러세 하락에 모두 표정이 일그러져 있다.

달러시대가 서서히 지고 있고 미국의 국력이 점점 기울고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화폐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은 정비례한다. 로마제국도 네로황제가 낭비로 국고가 축나게 되자 당시의 통용되던 로마은화의 순은 비율을 100퍼센트에서 75퍼센트로 떨어트리면서 이웃나라들에 불신을 사 경제난을 겪게 되었고 로마제국이 쓰러지는 계기가 되었다. 21세기의 전쟁은 소리 없는 전쟁이며 그것은 바로 화폐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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