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이선자
2010-11-03 (수) 12:00:00
무엇이 바쁜가/이 만큼 살아서 마주할 산이 거기 앉아 있고
이만큼 걸어 항상 물이 거기 흐른다
인자는 강가에 가지 않아도/산은 내 머리맡에 와 앉아 쉬었다가 저 혼자 가고
강물도 저 혼자 돌아간다 - 김용택 시인의 ‘그 강에 가고 싶다’ 부분
딸아이를 데리러 UC DAVIS로 올라가는 80번 고속도로 길 옆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것을 보니 이젠 완연한 가을임을 느끼면서 김용택 시인의 시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바쁘게 살아온 나의 미국 생활을 김용택 시인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가 하고 일침을 놓는 것 같다. 올해 대학을 들어간 딸아이를 데리러 가고 데리고 오는 일이 시간적으로는 더욱 나를 바쁘게 만들었지만 심적으로는 그야말로 내겐 행복한 시간 그 자체이다. 1시간이 넘는 길을 운전하면서 모처럼 편안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야산은 내 앞으로 달려왔다 지나쳐가고, 고속 도로 중간에 무수히 피어있는 유도화(柳桃花)는 바람에 흔들거리며 형형색색으로 나를 반기기도 한다. 옛 추억이 담긴 흘러간 포크송을 들으면서 큰 소리로 따라 부르기도 하고, 평소에는 바빠서 차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일들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먼 길을 왔다 갔다 하는 엄마가 안쓰러운지 딸아이는 미안해 하지만 그 시간을 내가 얼마나 즐기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비 온 뒤 땅이 더욱 굳듯이 처음 혼자 살아보는 것이 점차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대견스럽기도 하고 가끔은 서운하기도 하다.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나 혼자 생활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며칠을 울기만 하던 그 애는 이제 몇 달의 시간이 흐르자 잘 적응을 하고 있다.
새로운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안심이다. 지금까지 속 한번 썩이지 않고 자기 몫을 잘 해 나가는 아이라 큰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노심초사하며 애가 타기도 하였다. 장학금도 여러 곳에서 받아 정말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자식자랑은 팔불출에 속한다고 하지만 그 애만 생각하면 미소가 저절로 생겨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 대신에 여러 곳에서 장학금을 주는 이 사회에 감사한 마음으로 언젠가 네가 남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이 되면 그 감사함을 잊지 말라고 딸아이에게 말해준다. 자기 삶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임을 언젠가 그 애도 알 것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