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중해야 할 파산 신청

2010-10-15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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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불경기로 온 미국이 수년째 몸살을 앓고 있다. 자영업자가 대다수로 경기의 영향에 민감한 한인 사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디를 봐도 어렵다는 얘기뿐이다. 최근 나온 민족학교 상담 통계는 이를 반영해 주고 있다. 상담 내용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파산 신청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불경기로 장사가 안 되는 경우나 직장에서 해고당해 수입이 줄면 페이먼트로 살아가는 미국 생활에서 빚이 쌓일 수밖에 없다. 쌓인 빚을 크레딧 카드로 막다 보면 이자가 이자를 낳아 순식간에 엄청난 부채를 지게 된다. 날마다 부채 상환 독촉에 시달리게 되면 한번쯤 파산을 생각하게 마련이다.

미국이 한국과 달리 한 번 실패해도 재기의 기회를 주는 나라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번 파산을 부르면 신용 불량자로 찍혀 7년간 두고두고 수모를 당해야 한다. 각종 융자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설사 가능하더라도 남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더구나 부시 행정부 시절 파산법이 바뀌어 파산을 한다고 예전처럼 부채가 모두 털어지는 것도 아니다. 파산은 정말 모든 것을 다 고려한 후 불가피한 경우에만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일부 변호사와 부채 삭감업체에서는 파산만 하면 부채 문제가 다 해결될 것 같은 달콤한 말로 빚에 신음하는 한인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채권자들로부터 부채를 탕감 받는 것은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을 빌려준 금융 기관들이 설사 깎아주고 싶어도 나중에 감독기관이나 이사들로부터 문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해주지 못한다.

자칫 감언이설에 넘어가 일을 맡겼다가 그나마 없는 돈은 돈대로 날리고 크레딧은 크레딧대로 망가지고 부채는 그대로 남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꼽히는 아브라함 링컨은 청년 시절 사업을 하다 망해 큰 빚을 졌지만 수년 동안 번 돈을 모아 모두 갚았다. 이로 인해 신용 있는 인물이란 평가를 받게 되고 이것이 훗날 재산이 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장 힘들다고 쉽게 만세를 부르는 것은 나중에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 파산 결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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