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혁 칼럼 / 외국어 배우기
2010-08-24 (화) 12:00:00
한국의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알게 모르게 외국어가 우리의 생활의 큰부분을 차지한 것을 이민 와서 살며 더 실감하게 된다. 1945년에 가족과 함께 서울에 정착한 나는 미군 진주와 함께 들어온 미국 문화를 접했다. 거리에서 보는 미국 군인이 신기했고 우리만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중학교에서 시작한 영어는 고등학교와 대학에까지 가며 고등학교에서는 독일어 등 온통 외국어에 사는 그런 학교 생활이었다. 서양문화 위주여서인지 중국어나 일본어는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던가 보다. 해방될 때까지 나는 일본말만 하는 아이로 자랐다고 한다.
당시의 영어는 그때 막 쏟아져 들어온 미국 영화를 보며 ‘팝송’이라는 유행가와 AFKN이라는 미군 방송을 들으며 익히기 시작했다. 그때 소개된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타임스를 사전과 씨름을 하며 공부하다가 1960년 문교부 해외 유학시험에 합격하고 군에 입대 했다. 해병대에서 국방부 산하의 군 교육기관에 파견되어 연구병으로 2년 동안 근무하였다. 시간을 내어 영어 소설과 정기 간행물을 도서관에서 빌려보며 영어를 습득했다. 점호가 끝나면 혼자서 사무실에 다시 가서 존 스타인벡, 마크 트웨인 등 미국 소설을 알게 모르게 한달에 두어권씩 읽어 내려 갔다. 어떤때는 윌리암 포크너의 책도 읽었는데 참 힘들었다고 기억 된다. 아마 미국 남부 문화를 알지 못하여 더 어려웠을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니 나름대로 영어에 눈이 뜨이고 본격적인 영어 공부가 시작되었다.
미국에 도착하여 처음 한 것이 산타로사 프레스 데모크랱이라는 일간지를 구독한 것이다. 미국 생활이 익숙치 못하고 읽는 것도 힘들어 매일 신문을 보는 것이 어려웠다. 이렇게 나름대로 노력하며 공부한 영어가 주위 동포 유학생들에게 잘한다고 보였는지 영어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도 여러번 받았다. 지름길은 없고 많이 읽고 말을 많이 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기회 있을때 마다 했다. 발음보다는 적절한 구사법을 쓰라고 권고도 한다. 지금도 비교적 간행물을 많이 읽는 셈인데 근래에 지인으로부터 몇가지 신문을 매일 읽느냐는 질문에 뉴욕타임스를 포함한 4가지와 우리 신문 두가지를 읽는다고 했다. 이렇게 비교적 많은 독서가 나에게 주류 사회에서 활동하는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어떤 미국 정치인이 당선된 첫 해에 그의 보좌관과 책읽기 내기를 했는데 연말에 계산하니 그는 98권 그리고 그의 보좌관은 97권 읽었다는 기사가 났다. 그는 거의 한주에 두권을 읽은 셈이다. 나도 그리 해볼까 했지만 한달 평균 두권 읽기가 힘들었다. 39가지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사람이 있었다. 18세기 로마 카토릭교의 조셉 메조판티(Joseph Mezzofanti) 추기경은 중국어를 포함한 30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그 이외에 9개 국어도 어려움이 없이 이해했다는 기록이다. 다른 나라에 살아 본 경험도 없는데 세계 각처에서온 교인들과의 교류와 끊임없는 독서가 그를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언어 구사자가 되게 했다고 한다. 참 공감하는 이야기다. 미국 학생들이 외국어 공부할 때 그 문화와 언어에 완전히 몰입하는 이멀션 프로그램( Immersion program )을 하게된다. 해당되는 외국어를 배울때 자국어는 하지도 못하게 한다. 알기로는 평화봉사단 교육도 이렇게 시켜 일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해당국 나라 말을 습득 시키고 현지에 파송 한다. 외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영어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주류 사회에서 고립된 생활하는 것을 주위에서 목격하게 된다. 우리 이민자들도 미국생활을 이런 이멀션 프로그램에 들었다고 생각하며 생활 언어를 다시 배우는 기회로 삼었으면 한다. 역시 많이 읽고 많이 말하여 영어를 극복하고 이 사회에 당당한 구성원이 되는 기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