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이선자

2010-08-11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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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혼의 위기

“엄마, 나 결혼하기 싫어” 느닷없는 아들의 말에 가슴이 철렁한다.
어제 친구의 결혼식에 갔다 온 후 아들은 지난 수 년간 친구들의 결혼식에 갔다왔지만 대부분 헤어진 커플이 더 많다고 한다.
만나자 마자 사랑을 하고 그리고 그 사랑의 진정한 의미도 확인하기 전에 결혼을 하고 그리고 또 금방 헤어지는 풍토가 못마땅하다고 아들은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황혼의 이혼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고도 한다
중년들이 겪는 위기는 아마도 제 2의 사춘기와 비슷한 증상이 아닐까 싶다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 한번도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이민생활. 어느덧 자리를 잡았나 싶으니 자식들은 성장해서 제각각 자기의 길로 가버리고 남이있는 것은 허무감과 인생의 회의만 가득하다. 때로는 이런 생각들이 깊어져서 깊은 우울증과 회의로서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외로움과 쓸쓸함을 느낀다. 그것이 화산폭발 일보직전처럼 가득 쌓여 어느 날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고 부부의 사이도 갈라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을 극복하지 못해 이혼으로 치닿는 중년들이 급증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나 또한 이런 경험을 몇 년전에 했었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방황도 많이 했었으나 지금은 안정된 가정생활을 다시 찾은 것을 감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 주위에 이런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갈라진 부부들이 많다. 한쪽이라도 인내하고 사랑하고 참으라면 너무나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일까? 그러나 다시 안정된 삶을 찾은 지금은 인내하고 참았던 그 순간에 감사를 한다. 중년에 찾아오는 제 2의 사춘기를 잘 넘겨서 행복한 후반부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내가 힘들 때 늘 중얼거렸던 이 해인 수녀의 <사랑할 땐 별이 되고>의 시 한편을 힘든 위기를 보내는 중년들과 같이 음미하고 싶다

내 사랑하는 이가/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하게 할 때는/
말은 접어두고 하늘의 별을 보라/별들도 가끔은 서로 어긋나겠지/
서운하다고 즉시 화를 내는 것은/어리석은 일임을 별들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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