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안희경 번역작가

2010-07-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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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발 자전거

지난 주 출장을 다녀왔다. 공항에 나온 남편이 차 안에서 트렁크 문만 열고는 내리지 않았다. 아이들 돌보느라 지쳐서 그런가 보다 말을 삼켰다. 차에 타고야 알았다. 남편 오른 쪽 팔에 깁스가 끼워져 있었다.

사고의 발단은 아이의 두발 자전거 타기 수업이었다. 다섯 살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고 가르치기 전, 이상해 보여 직접 탔다고 했다. 물웅덩이에 미끄러졌다. 팔꿈치에 금이 갔다.

아이는 몇 주 전부터 두 바퀴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랐다. 더 크면 사주겠다고 하다 보조바퀴 먼저 인터넷에 주문하겠다며 미뤄왔다. 아이의 애간장을 너무 태웠나 보다. 열흘 전 한국 이모한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꿈에 나타나 자전거 사달라고 졸랐다 한다. 그리고는 송금할 테니 얼른 사주라고 성화셨다. 다음 날 또 전화다. 새벽에 또 꿈에 나와 자전거를 타더니 안 내리겠다는데 사줬냐는 확인이었다. 물론 그 때도 아니었다. 며칠 지나 결국 새 자전거를 샀는데, 아이 아빠가 보조바퀴도 못 단 상황에서 다친 것이다.


나를 보자마자 자전거 자랑에 신이 난 아이는 용하게도 타겠다고 조르지 않았다. 응급실까지 따라갔다 온 그날, 상황파악을 한 거 같다.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도 자연스레 마음에 새겨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론 아들에게 몸으로 큰 가르침을 준 셈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아이 자전거에는 여러 분의 사랑이 담겨있다. 유난히 예뻐 해주시던 Mr. George 할아버지는 늘 첫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하셨고, 하늘나라에 가신 후 할머니께서 더욱 신경을 써주셨다. 수래할머니는 늘 가까이서 힘이 되어 주신다.

아직 바퀴도 굴려보지 않은 자전거지만 그 고무 냄새 만으로도 여러 분의 깊은 정을 느끼게 되었다. 나의 어렸을 적에도 있었을 내리사랑도 느껴 보았고, 남편도 특별한 기억이 있는 귀한 존재라는 것도 상기해 봤다.

첫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이들, 아예 타지 않는 이들 모두 존대 받은 시간이 있었다는 것도 새기게 된다.

이렇듯 생각을 익혀주는 여성의 창 시간이 고맙다. 귀한 기회를 갖고 6개월을 이어 올 수 있도록 여성의 창의 인연 속에 있는 모든 분들께 머리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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