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 번역작가 안희경
2010-07-14 (수) 12:00:00
올 여름은 5번 고속도로를 타고 미 서부를 오르 내리며 보내고 있다. 2천 불 주고 산 97년도 소형차가 씩씩하고 알뜰하게 달려주는 덕분이다. 새크라멘토에서 샌디에고를 거쳐 멕시코 로싸리토로 다시 새크라멘토에서 유진과 시애틀을 지나 밴쿠버를 들려 내려가고 있다.
오레곤에서 발견한 경고문이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려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종이라도 날아가면 6천 250달러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고속도로에 쓰여 있는 ‘쓰레기를 창 밖으로 던지지 마세요’는 이에 비하면 속삭임이다. 앨버니 즈음 고속도로는 어찌나 울퉁불퉁한지 일부러 맛사지 받으라고 균일하게 덜컹거리도록 배려해 놓은 길 같았다. 그래서인지 공사구간이 많았다. 그 옆에는 어김없이 감속된 제한속도가 붙어 있고 ‘벌금 두배’ 표지판이 있었다.
이런 협박 표지판을 따라 캐나다 국경을 넘어 브리티쉬 콜롬비아에 들어갔다. 똑 같은 공사 구간인데, 표지판에 예의와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그대의 아이들이 일을 한다고 생각해 주세요” 다음에는 좀 강한 어투다. “ 당신의 아이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B.C.(British Colombia) 는 친절했다. 더군다나 밴쿠버 시내에 있는 교각 밑 포스터에서는 큰 깨우침을 얻기까지 했다. “Your foods are not garbage” 다 짠 반쪽자리 오렌지, 잘 발라낸 벨페퍼 꼭지와 심지, 양파 껍질, 파스타 잔반. 그 속에 우리의 내일 밥상이 들어 있었다. 이 음식 찌꺼기가 퇴비가 되어 밥상을 건강하게 차려준다는 친절한 교육이었다.
샌디에고에 있는 틱낫한 스님의 사원에 가면 쓰레기 버리는 곳에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쓰레기 속에서 장미꽃을 봅니다. 그리고 활짝 핀 장미 속에서도 쓰레기를 봅니다.”
생명이 서로를 기대며 이어가는 진리를 일러주는 친절한 포스터들이다.
“5분 먼저가려다 50년 먼저간다’는 국민을 무시하는 협박 보다, 우리 내면의 지혜를 깨워주는 예의가 더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