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년의 법칙

2010-07-0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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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딱 3년이다. 이 회사에서 일한지 말이다. 미국으로 유학와서 졸업 후 다닌 전 직장에서도 3 년을 일했다. 그리고 그 전에 한국에서 다녔던 첫 번째 직장도 딱 3년을 채우고 그만두었다.

9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우연히 그렇게 맞아떨어진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게 3년이란 시간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3년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도전을 하며 그로 인해 좌절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거나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그래서 그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면 나도 모르게 ‘편안’한 직장인이 되어 더 이상 처음의 긴장과 열의와 도전 의욕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린 나를 마주하곤 했다.


물론 직장을 다니는 이유가 더 많은 걸 배우고 어떤 목표를 이루어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직장은 돈을 벌어 생활을 유지하는 수단이며 사회적 소속감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개개인마다 직장생활을 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9년의 직장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 일이 금전적인 수단을 넘어 나를 위한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배움이든, 소중한 인간관계든, 보람이든, 자아실현이든 말이다.

직장생활이 항상 재미있거나 매일 보람으로 가득차거나 할 수는 없다. 또한 취미생활처럼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만 골라서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의미있는 무언가가 없다면, 또는 직장생활이 불행하다면 우리는 소중한 인생의 시간을 그저 낭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돈을 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먹고 살기만을 위한 돈이라면 내 시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직장생활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생계만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욕심을 버리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직장생활을 오래한다고 금전적으로 훨씬 더 풍요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9년의 직장 생활동안 내가 받은 월급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번만큼 또 쓰게 마련이라고 하지 않는가.

결국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를 찾지 않으면 하루하루 돈을 위해 사는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며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만든다. 물질적인 욕구는 만족을 모른 채 확대 재생산될 뿐이다. 경제적 풍요가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란 것을 다 알면서도 마치 물질적 풍요와 행복을 같은 말로 착각하고 사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오늘이 직장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3년을 꼭 채운 오늘 책상을 정리하다가 지난 시간을 곰곰이 되짚어 본다. 새로움에 긴장하고, 열심히 배웠던 시간도 있고,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 환경에 적응하느라 낑낑대기도 했고, 일을 통해 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기도 했고, 때론 부속품처럼 다뤄지는 것 같아 절망하기도 했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익숙해진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쉽다. 2주마다 입금되던 봉급도 아쉬울 것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불안감이 닥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저 익숙함 때문에 이 자리에 멈춰서고 싶지는 않다. 끝이 없으면 또 다른 시작도 없기에. 앞으로의 새로운 ‘3년’을 흥미진진하게 기다려 본다.


김진아 / 캠벨 이웰드 시장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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