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 홍려봉(한의학 박사)

2010-06-29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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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나누면 아픔은 반 기쁨은 두 배

‘똑똑’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환자분의 얼굴빛이 창백하고 무표정하다. “어디가 아프세요” 라고 물으니, 머리가 너무 무겁고 정지된 것처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고, 식욕도 없으며 잠도 오지 않는 등 도대체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육체의 병 70%이상이 마음의 병에서 오는데, 그런 경우에는 마음을 고치면 병이 저절로 낳는다고 하시던 아버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많은 이들이 육체적 피곤함을 짜증을 통해 표출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또한 억울한 일을 당해서 화가 나거나 너무도 슬픈 일이 있으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거나 기침이 멈추지 않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컨디션이 좋을 때는 마음이 더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분이 좋거나 기쁜 일이 생기면 아픈 것이 씻은듯이 낳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이 아파서 몸이 아픈 경우에는 마음을 함께 치료하고, 몸이 아파서 정신에 영향을 줄 때는 몸을 치료한다.

아이들과 함께 미국에 온지 1년이 채 안 된다는 40대 중반의 이 환자분은 "남편과 떨어져 타지에서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하려니 너무 힘들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약해 보이는 것이 싫어서 아무한테도 속사정은 얘기하지 않고 혼자 마음에 담아두니 너무도 힘들다고 한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미국에 왔지만 언어의 장벽과 경제적 문제, 아이들과의 갈등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낯선 곳에서 생활하려니 몸도 마음도 힘들고 외롭다.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도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시기에 홀로 외로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니, 자녀들을 위해 당신들의 삶을 희생하는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보다는 원망이 더 크게 자리 잡는다.

어떻게 이분의 마음을 위로해 드려야 하나.. 내 마음은 아프지만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 동안 많이 힘드셨겠다"는 말과 함께 두 손을 꼭 잡아 주니 조용히 눈물을 흘리신다. 누군가 당신의 마음을 알아 준 듯싶어서일까? 돌아가는 길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신다. 때로는 어떤 말보다도 진심으로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 듯싶다. 부족한 위로지만 웃으며 돌아가는 환자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픔은 함께 나누면 반으로 되고 기쁨은 함께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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